
살고자 하는 사람도, 구하고자 하는 사람도, 죽은 사람도 노인이었다.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초유의 산불 사태는 늙어가는 지방의 실태를 더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고령화에 대응해 재난 대응 체계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노인이 노인을 구하다 변을 당한 경우도 상당수로 파악된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이장 부부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려다 지난 2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내외가 구조한 60대 처남도 결국 사망했다. 경북 의성에서 산불을 진화하다 헬기 추락으로 희생된 박현우 기장도 70대 노인이었다.

25일에는 경북 영덕에서 산불 진화 작업 중인 60대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국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 대부분 60대로 알려진 가운데, 경북의 경우 916명 중 60%가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한 지역 소방 관계자는 "지역은 재난 대응 인력도 고령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그만큼 재난 대응의 핵심인 기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연 평균 산불 발생 면적은 경북이 2107ha로 가장 높았고, 이어 강원(1101ha), 충남(283ha), 경남(202ha), 전남(109ha) 등 상위 5개 지역은 모두 도에 해당했다. 특히 경북 지역의 경우 평균 연령은 최상위권이면서 산불 피해가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대적인 체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방이 고령화되는 현실과 발맞추어 지자체 재난 대응 체계가 '개혁'에 가깝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재난 문자부터 시작되는 재난 대응 체계는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난 25일부터 전국 지자체가 시민들에게 보낸 산불 관련 재난 문자만 500건이 넘는다. 의성군에서 만난 70대 임모씨는 "하도 평상시에 쓸데없이 재난 문자 와서 난 자식들 시켜서 재난 문자 알림도 꺼놓은 상태였다"면서 "왔다 한들 제대로 보는 노인들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금까지는 대피 명령을 얼마나 빨리 알리는 데 방점이 찍혔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그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니란 게 밝혀졌다. 이제는 내용을 알리는 것을 넘어 대피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갖춰야 할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신현보/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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