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한 달 반 뒤에 브라질로 돌아갑니다. 그 전에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 이야기하세요.”지난해 말부터 필요할 때마다 파트타임으로 아이들을 돌봐주던 브라질계 미국인 크리스티나는 최근 만난 자리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경제적으로도 크게 부족함이 없지만, 대학생 딸이 미국 생활을 너무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이민자에 대해 험악해진 미국 사회의 분위기라고 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중남미계로 보이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단속하고 있다. 크리스티나의 딸처럼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이라도 불법 이민자로 의심받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각 대학의 서류 미비 학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연구기관의 인종·성별 등과 관련한 다양성 정책을 반대하며 보조금 삭감에 나섰다. 미 공화당 하원의원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질문한 영국 스카이뉴스 기자 마사 켈너에게 “당신 의견이나 보도 따위는 신경 안 쓴다. 당신은 (불법 이민자로 인한) 당신 나라 국경이나 걱정하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이런 분위기는 불법 이민자가 미국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일자리마저 잠식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미국의 성공 방정식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에서 혁신적인 기업과 제품이 끊임없이 쏟아질 수 있었던 것은 전 세계에서 인재가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엔지니어 중 상당수는 인도와 중국 출신이다. 최근 수십 년간 미국 대학에 소속된 교수들이 노벨경제학상을 휩쓸었지만 이들 중에는 영국이나 핀란드, 튀르키예 등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학자가 많다.
뉴욕 리버티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발밑에는 ‘지치고 가난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자들을 내게로 보내주소서’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미국 사회의 한 축을 이루는 이민자들의 ‘아메리칸드림’이 무너질 때, 미국이 계속해서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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