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적자 해소를 위해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여섯 차례 산업용 전기료를 올렸다. 2021년 말 ㎾h당 105.5원에서 185.5원으로 76% 급등했다. 이 기간 109.2원에서 149.6원으로 37% 인상된 주택용보다 2배 더 올랐다. 각종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부가 주택용은 동결하거나 찔끔 올린 반면 만만한 산업용을 집중적으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는 ㎾h당 요금으로, 계절·요일·시간별 할증까지 더하면 국내 1위 합금업체인 DB메탈의 전기료 부담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이런 탓에 DB메탈은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28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 회사의 생산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더 저렴한 전력 도매시장에서 전기를 직접 사거나, 공장 내에 발전소를 직접 짓기까지 하고 있다. SK어드밴스드는 한전의 산업용 전기 대신 ㎾h당 30원가량 싼 전력 도매시장에서 직접 전기를 사다 쓰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3만㎾ 이상 소비하는 대규모 고객이나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일반 기업은 전력 도매시장에서는 물론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기도 어렵다. 현행법상 송전제약 발전사업자와 인접한 지역에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신설’될 경우에만 개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DB메탈 공장이 있는 강원도의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 등 석탄 화력발전소 사업자의 가동률은 20~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송전망 건설 지연으로 발전을 해도 수도권 등 수요처로 전기를 나를 수 없어서다. 발전소 전기는 남아도는데, 기업은 비싼 요금 탓에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DB메탈 같은 기업이 기존 공장에도 전기를 직접 사다 쓸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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