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케줄이 되고, 안 할 이유가 없어서 하는 겁니다."
'랑데부' 박성웅이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임하는 각오와 애정을 전했다.
배우 박성웅은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 인춘아트홀에서 진행된 연극 '랑데부' 기자간담회에서 "초연을 할 때 첫사랑에 빠진 기분이었다"며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지금 이 배우들이 너무 부럽다"고 말했다.
'랑데부'는 로켓 개발에 매진하는 과학자와 춤을 통해 자유를 찾는 짜장면집 딸의 특별한 만남을 그린 작품.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중력이라는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며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해 LG아트센터 서울에서의 초연 이후 더욱 완성도를 높인 이번 공연은 자유소극장의 공간적 가능성을 극대화한 혁신적인 무대 연출과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성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자주인공 태섭 역을 연기하게 됐다.
김정한 연출은 "같은 작품도 누가 연기하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며 "이 작품은 가족의 아픔을 가진 두 남녀가 서로 만나 이어지는 헤프닝들에 대한 연속성을 전한다. 저희가 나이를 먹었다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사랑과 가족에 대한 갈구함과 애정, 여러 결핍을 채워나가려고 하는 노력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각 연령대별로 도드라지고,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며 "나이와 관계없이 전체의 마음을 관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다양한 연령대로 섭외했고, 하나의 대본이 여러 아티스트를 통해 어떻게 해석되고 경험되어지는지를 봐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태섭은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기만의 법칙에 스스로 가둬버린 캐릭터다. 박성웅 외에 박건형, 최민호가 캐스팅됐다.
박성웅은 "초연에서 받은 감동이 커서 다시 나오게 됐다"며 "이수경 배우가 합류해서 완전 다른 작품이 됐다. 기대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들면서 유명 배우들이 연극에 나온다는 의견에 대해 "저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성웅은 "다행히 드라마 촬영 스케줄도 맞았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이건 어느 연령대에도 가능할 거 같다. 환갑이 될 때도 할 것"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박성웅은 또 "넷플릭스도 아시아 중 한국 제작 비율이 50%였는데 이걸 다른 곳으로 빼돌린다고 하고, 디즈니플러스도 뭔가 하나 안되면 뺀다고 하고, 그런 말들은 듣지만 그래서 제가 공연으로 온 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어 "제가 지금까지 꾸는 악몽을 2개다"며 "하나는 다시 군대 다시 가는 거, 또 하나는 인터미션 사이에 2막 대사 숙지가 안 된 건데, 그래서 24년 만에 100분짜리 2인극을 한다는 건 굉장한 도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하지만 그 도전이 좋았다. 할 거면 세게 하자 했다. 이런 행복감을 계속 느끼고 싶다"고 전했다.
또 "민호가 하는 걸 봤는데 저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더라. 건형이도 다르다. 그런 차이점으로 페어별로 보셔도 좋을 거 같다"며, 이수경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며 "재연처럼 초연처럼 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상대역 이수경에 대해 "제가 추천했다"며 "초연도 두번이나 보러왔고, 정말 열정적으로 임하는데, 저는 이제 연습 덜해도 될 거 같은데 '오빠 좀 맞춰줘라'하면 무조건 가서 하고 있다. 아빠 같은 마음으로 '랑데부'를 끌고 가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성웅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이 저를 '누아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런 작품이 저에게 왔나 싶었다"며 "맨날 연습할 때도, 공연할 때도 눈물을 흘렸는데, 올해도 같다"고 했다.
이어 "연출님과 저, 우리는 최대 약점이 초연이라고 하고 있다"며 "저는 계속 버리고 있고, 다행히 이수경 배우가 이전까지 지희와 전혀 달라 또 다른 작품이 된 거 같다"고 했다.
다른 배우들의 활약도 기대감을 자아내는 요소다.
최민호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시작으로 연극 장르까지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최민호는 "마법에 홀린 듯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많은 스태프, 동료들과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호는 "대본을 읽다가 음식을 시켰는데, 음식 배달이 도착했는데도 계속 대본을 봤다"며 "배가 고파 음식을 먹으면서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고 첫인상을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걸 한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도 펼쳐졌다"며 "너무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최민호는 "각각의 태섭의 매력이 있어서 저만의 태섭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며 "굉장히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인데, 그게 저에게 매력이 됐다. 아직 '첫공'을 올리지 않아 긴장되는 마음도 있지만 많은 분께 보여드리고 싶다. 어떤 평을 받을지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 박건형은 뮤지컬과 연극, 드라마 등 장르를 넘나들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의 면모를 보여왔다.
박건형은 "무대 작업은 항상 즐겁다"며 "뮤지컬에 빠졌다가 연극을 하면서 언어로 만드는 작업이 낯설기도 하지만, 새로운 팀과 새로운 작업을 하는 건 늘 행복한 일이다.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건형은 또 "뮤지컬을 많이 해왔지만, 연극은 보다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며 "들려줄 수 있는 건 저와 상대방의 대화뿐이기에, 뮤지컬에서 보여주지 못한 섬세함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아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찾고자 여정에 나섰으나 결국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과거의 장소로 돌아온 ‘지희’ 역은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하는 배우 이수경, 연극 '로제타'에서 탄탄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은 배우 김하리가 맡는다. 신예 범도하 역시 섬세한 감정표현과 신선한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이수경은 "데뷔 후 첫 연극 도전"이라며 "우여곡절이 정말 많은데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또 "이렇게 하게 된 게 감사하고, 추천해준 박성웅 선배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전했다.
연극 데뷔를 앞둔 범도하는 "좋은 대본, 대단한 선배들과 함께하는 것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대학생, 졸업반인데, 배운 것들을 써야지 마음먹었다가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 소중한 것들을 알려주고 계신다. 저만 잘하면 되겠다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하리는 "초연을 즐겁고 재밌게 봐서 저에게 출연 제안이 왔을 때 너무 행복했다"며 "지금도 행복하다"고 전했다.
연출가 Yossef K. 김정한은 미국과 영국에서 실험극부터 셰익스피어, 상업 뮤지컬까지 폭넓은 작품을 선보여온 아방가르드 연출가다.
김정한 연출은 '랑데부'에 대해 "사랑은 이것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 인물을 담은 작품이다"며 "로맨틱 코미디에서 하지 않는 것을 많이 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명확하게 좋아하고, 어디서부터 사랑이 시작된다는 지점들이 뚜렷하지 않게 디자인됐고, 그러면서도 멀어지고 헤어지고 되지 않는 과정에서 다시 만나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한 연출의 설명처럼 '랑데부'는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직사각형의 긴 무대를 중심으로 양쪽에 관객석을 배치하는 파격적인 구성으로, 극장의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무대에 설치된 트레이드밀을 통해 두 인물의 심리적 거리감을 물리적으로 형상화한다.
김정한 연출은 "저는 제가 해 온 것들을 실험극이라 생각해 연출하지 않는다"며 "그저 제가 사랑하는 걸 마음을 다해서 하는데, 다행히 제가 사랑하는 걸 만들 때 같이 좋아해 주신 분들이 있었다"고 했다.
또한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한 배우들에 대해 "저희 배우들은 각기 다른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고, 소통 방식도 다르다"며 "저는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누구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출연진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페어별로 각각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서로 '이 대사를 어떻게 해석할까' 얘기를 나누고, 다르게 연출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랑데부'는 오는 5일부터 5월 11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상연된다 .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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