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고소·고발이 10년 새 두 배가량으로 급증해 이를 수사해야 할 경찰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 고소·고발 사건이 검찰로 송치돼 처벌까지 이어지는 비중은 4분의 1에 불과해 행정력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방 압박용으로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직장인 A씨는 지난해 5월 파혼 이후 SNS에 그동안의 경위와 심경을 올렸다가 상대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경찰은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으나 A씨는 상당 기간 심리적인 압박을 받아야 했다.
온라인상에서 다툼이 늘어나는 것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 SNS에서 설전을 벌이다 명예훼손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번한 편이다. 2014년 3701건에 불과하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2020년 9140건으로 형법상 명예훼손(8207건)을 처음으로 넘어선 뒤 2024년 1만1948건까지 치솟았다.
무턱대고 ‘법대로 하자’는 풍조가 고소·고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명예훼손 고소·고발이 상대 진영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국 비밀회동’을 두고 여당과 야당 간 설전이 고소전으로 이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지난 1월 이 대표가 외신 기자를 초청해 연 비공개 간담회를 비밀 회동 등으로 표현한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민의힘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통상 명예훼손 고소·고발이 무더기로 들어온다는 점도 경찰 행정력 낭비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무더기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개별 사건으로 하나하나 파악해야 해 사건 마무리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100건 이상 무더기 고소가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해당 경찰서는 업무가 마비된다는 설명이다.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비슷한 내용으로 100건 넘게 거는 무더기 고소·고발이 비일비재하다”며 “주간이나 월간 단위로 연이어 고소하면 다른 업무를 볼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