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따른 향후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금융위원장께 전화해 (사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전화주셔서 시장 상황이 어렵다며 경거망동해선 안된다고 말리셨다"고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한 대행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원장의 사의 표명 역시 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주주 가치 보호나 자본시장 선진화는 대통령께서 직접 추진한 중요 정책이고 대통령이 있었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리라고 확신한다"며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은 보수의 핵심적 가치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4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대통령이 복귀할지 말지 하는 일정을 무시할 수 없다"며 "입장표명을 하더라도 할 수 있다면 대통령께 보고하는게 현명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솔직한 심정은 공직자가 국민 앞에 약속도 했고 한편으로는 본의 아니게 권한대행께서 국정 운영하시는 데 부담을 드린 것도 맞다"며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원장은 오는 3일 예정된 F4(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회의에는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상호관세 이슈나 환율 등 문제로 내일 F4는 제가 안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만나서 시장관리 메시지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저희끼리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추후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동반돼야 한다며 야당에 속도조절을 요구했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무위를 통과해 법사위 갈 때로 예상되는 4~5월까지 민주당이 기다려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상법 개정안이 지나치게 정쟁화된 게 안타깝고 재계도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분명 자본시장법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야권 주도로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상장사 3000개 법인과 약 100만개 비상장법인에 일괄 적용하기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의 시행령 범위와 대상을 대형 상장사 등에 한정하는 식으로 장치를 열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마련돼 있는 비슷한 구조를 상법에 마련한다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처럼 (밀어붙이면) 모두 좌초되는 만큼 아무것도 안 되는 상황을 우려해 정부가 상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말도 계속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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