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주총회 시즌에도 어김없이 바이오업계에 변고가 생겼다. 자회사 상장 추진에 뿔난 소액주주들이 창업자의 등기이사 재선임을 가로막았다. 국산 항암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관문을 통과한 ‘렉라자’의 원개발사 오스코텍에서 벌어진 일이다.신약 벤처와 소액주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은 산업 특성 때문에 경영진과 투자자는 갈등의 불씨를 안고 지내기 일쑤다. 바이오업계 1세대 헬릭스미스도 오랫동안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었다. 한국 바이오벤처도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던 창업자는 결국 임상 실패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다. 벌써 2년 전이다.
오스코텍 사태는 기존 사례들과는 달랐다. 신약 개발 실패나 실적 부진이 아니라 자회사 제노스코 상장이 지난달 주총에서 이슈가 됐다.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제노스코는 현재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를 받고 있다.
제노스코는 렉라자 개발의 시작점이다. 단국대 치대 교수였던 오스코텍 창업자 김정근 회장이 하버드대 교환교수로 갔다가 보스턴의 산학협력 현장을 목격한 뒤 세계 바이오산업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로 2000년에 세운 회사다. 초기엔 신약 개발 자금을 대려고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팔았다. 파산 위기에 놓였을 땐 김 회장이 살던 아파트를 팔아 가까스로 불을 껐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자회사가 안착하면서 2008년 보스턴에 신약 연구소를 세웠다. 지금의 제노스코다.
렉라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신약이다. 이런 렉라자가 아이러니하게도 원개발사인 오스코텍에 부메랑이 돼 날아온 셈이 됐다.
이번 일로 전도유망한 신약 벤처의 앞길이 막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상장이 불발될 경우 제노스코는 자금 부족으로 신약 연구개발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6000억~8000억원으로 평가받는 기업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이는 모기업 오스코텍에 전가될 게 뻔하다.
더 염려되는 건 기업가정신 훼손이다. 회사를 반석에 올려놨는데도 주주 이기주의의 희생양이 된다면 어느 기업가가 ‘무모한’ 도전에 나서려고 하겠는가. 10년 넘는 세월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에 뛰어든 벤처기업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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