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산업센터(지산) 짓는다고 해서 공장 땅을 팔았는데 잔금도 못 받고 권리 행사만 막혀 버렸네요.”
부산 사하구에서 연간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제조업체 A사는 3년 전 한 부동산 시행사와 맺은 공장 부지 매매 계약에 발목이 잡혔다. 매도가액 140억원, 중도금 5000만원에다 매수인이 원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들어간 불평등 계약이었으나 사업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진행한 것. 이 업체는 계약 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100억원이 넘는 잔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계약금, 중도금이 걸려 있는 탓에 정상적인 권리 행사도 막혔다. 신평장림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현재 사하구에서만 12곳에 달하는 지식산업센터 건립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A사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지식산업센터 계약 체결 후 타지로 공장 이전을 결정한 기업이 부동산 불경기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는 수도권의 투자 광풍을 타고 부산으로 내려온 것으로, 사하구는 사실상 막차를 탄 셈”이라며 “현재 경기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키기 힘들어 남은 사업이 단기간에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시가 추진 중인 사상구 사상스마트시티도 도심 확장에 따른 제조업 피해 사례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부산상의 기업 애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사상스마트시티 일대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기존의 화학업체 등이 생산기지를 타지로 이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사상 공업지역 중 일부를 사상스마트시티 재생사업지구로 지정하고 4251억원을 들여 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근린공원과 도로 확장 사업 등을 통해 민간 주도의 산단 재정비 사업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인근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땅값이 치솟다가 최근에는 거래가 아예 실종됐다”며 “매수자가 사라진 것”이라고 전했다.
심재운 부산상의 경제정책본부장은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라운드 테이블을 열어 해결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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