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준공식을 한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아산 탕정의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단지로 보내기 위해 2003년부터 추진됐다. 당초 2012년 6월 준공될 예정이었다. 준공이 12년간 미뤄지면서 한국전력은 1조2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가 2016년 발전을 시작했는데, 송전선로가 없어 이 전기를 받지 못하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전기로 충당하면서다. 한전 관계자는 “앞으로 연간 3500억원의 전력 추가 구입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전의 손실은 고스란히 전기요금에 반영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상 저항이 적은 산업용 전기가 대상이 됐다. 한전은 2020년 12월 이후 산업용 전기료를 여덟 차례 올렸다. 이 기간 인상률은 70%를 훌쩍 웃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되는 동안 서해안의 저렴한 석탄화력 전기보다 수도권의 비싼 LNG 복합화력이 더 많이 가동돼 산업용 전기요금이 급격히 인상된 측면이 크다”며 “㎾h당 전기료가 최대 20원 더 올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전선로 준공 지연은 첨단산업 투자도 가로막았다. 천안·아산 지역은 2023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지만 투자가 탄력을 받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정상 가동을 계기로 이 지역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이 대표적이다. 이 송전선로는 동해안 지역의 값싼 석탄화력 및 원전 전기를 수도권까지 대량으로 끌어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송전선의 ‘종점’ 역할을 하는 경기 하남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공사가 걸림돌이 됐다. 작년 8월 하남시가 전자파 우려 등을 이유로 한전이 신청한 관련 인허가 4건을 불허하면서다. 같은 해 12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가 하남시의 허가 거부 처분을 모두 취소했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지난달 31일에야 가까스로 공사가 재개됐다.
이 사업 역시 당초 2019년 12월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계속 늦어지면서 연간 3000억원의 추가 전력 구입비가 한전 장부에 손실로 쌓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에도 걸림돌이다. 산업부는 용인 반도체메가클러스터가 준공되는 2038년 전력 수요가 지금보다 30% 이상 많은 128.9GW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발전소는 충분한데 송전망이 부족해 가동을 못 하는 발전소가 많다”며 “최대 화두는 송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당진=김대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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