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4일 10: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에 착수한 애경그룹이 모태 사업 애경산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그간 수면 아래 감춰져있던 중국 현지 밴더사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애경산업 자체가 중국 사업 비중이 큰 데 특정 밴더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밴더사와의 관계에 따라 중국 사업은 물론 애경산업의 실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취약점으로 거론된다.
3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지난해 중국에서 16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6791억원)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애경산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화장품의 경우 전체 매출의 약 70% 가량이 수출에서 나오고, 이 중 중국 시장의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의 경우 생활용품이 매출 규모는 크지만 수익성은 떨어진다"며 "영업이익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건 중국 시장에서 화장품 판매 실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애경산업이 중국 시장에서의 화장품 유통을 특정 밴더사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경산업의 중국 화장품 유통은 2017년부터 유키플러스라는 현지 밴더업체가 사실상 독점적으로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애경산업이 생산한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에이케이상해무역유한공사를 통해 받아 중국 전역에 유통하는 역할을 한다.
특정 밴더사에 의존도가 높다는 건 사업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밴더사와의 관계가 흔들리면 해당 지역에서의 상품 유통이 멈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경산업과 유키플러스는 지난해에도 큰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이 밴더사를 다변화하기 위해 새로운 현지 밴더사를 접촉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자 유키플러스 측에서 크게 반발하며 애경산업 제품의 중국 현지 유통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분기에는 이런 갈등이 표면화돼 실제로 유키플러스와 애경산업의 거래가 일시적으로 중단됐고, 애경산업의 중국 매출이 급감하며 어닝쇼크가 발생하기도 했다.
유키플러스는 한국과 중국에 법인을 따로 두고 있다. 한국 법인은 중국인 김은미 씨와 원해력 씨가 2015년 설립했다. 유키플러스는 국내 화장품을 해외에 유통하거나 외국인들이 국내 화장품을 역직구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애경산업의 중국 화장품 유통을 책임지며 급성장한 유키플러스의 중국 내 영향력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창업자 중 한 명이 중국 공산당 실력자의 자녀라는 얘기도 있다.
애경산업 매각 작업이 본궤도에 오른 상황에 중국 밴더사 리스크는 애경산업의 몸값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다. 애경산업의 매력은 업황을 타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인데 특정 밴더사에 의존도가 높다는 건 실적이 이 밴더사에 따라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애경산업이 새 주인을 찾은 뒤 이 밴더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중국 사업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IB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의 중국 사업은 애경의 역량이 아닌 현지 밴더사의 역량에 가깝다"며 "애경산업을 인수하려는 후보군에게는 이런 구조가 탐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22년 인수한 화장품업체 원씽도 골칫거리다. 애경산업은 2022년 5월 원씽 지분 70%를 14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애경산업 창사 이래 첫 인수합병(M&A)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원씽 실적은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6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2% 감소하고, 순손실은 1억5000만원을 냈다. 2023년엔 원씽이 순손실 3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하자 애경산업은 원씽 영업권 41억원에 대한 손상차손을 인식하기도 했다. 작년에도 여전히 손실을 냈지만 영업권 손상을 인식하진 않았다. 원씽은 제조공장 등 유형자산이 없고, 사실상 상표권뿐인 회사여서 실질 기업가치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거래선 다변화는 물론 진출 국가와 유통채널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며 "작년 3분기 매출 감소는 중국 시장 전반의 소비 침체 때문이지 유키플러스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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