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4.03% 오른 10만8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이브는 1.94% 올랐다. 게임 대장주인 크래프톤은 1.59% 상승해 35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들 종목을 비롯해 국내 엔터·게임 기업 20여 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는 2.03% 상승했다. K팝 관련 10개 종목에 투자하는 ‘ACE KPOP포커스’ ETF는 1.72% 올랐다. 코스피지수가 0.76%, 코스닥지수가 0.20%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엔터·게임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 발표 때 언급조차 되지 않은 대표적 업종이다. 일정한 형태가 없는 서비스가 주요 매출원이기 때문이다. 엔터사 매출에서 음원을 비롯한 디지털 다운로드형 콘텐츠와 현지 공연 비중이 높다. 게임은 구독료와 인앱 결제로 수익을 낸다. 두 분야 모두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이다. 제조지를 따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현물은 앨범과 게임 CD, 일부 굿즈(관련 상품) 정도다. 이들 분야엔 관세 추가 부과 가능성이 매우 낮고, 설령 부과되더라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관세 정책 여파에 따른 강(强)달러 부담이 작은 점도 매력이다. 높아진 원·달러 환율이 실적엔 되레 이득일 수 있어서다. 엔터 업종은 서비스를 만드는 주요 인력이 국내에 있어 인건비 등 고정비가 원화로 지출되는 반면 수익은 외화로 발생하는 구조다. 국내 수익 송금 과정에서 달러 강세 때 환차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이브의 작년 총매출 중 해외 비중은 63.8%였다. 크래프톤의 해외 비중은 93%에 달했다. 더블유게임즈 매출의 99.9%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엔터 업종은 취향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다 보니 경기와 무관하게 소비가 이어지는 경향이 크다”며 “무역 전쟁이 격화하더라도 직격탄을 맞을 확률은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추후 공개할 품목별 관세 대상에 일부 제약 제품을 포함할 여지를 열어놨지만 셀트리온은 해외 투자 확대로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주력인 셀트리온은 올 상반기 미국에 원료의약품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주력으로 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엔 관세 전쟁이 오히려 호기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CDMO 기업의 주요 거점인 유럽연합(EU)에 20%, 스위스엔 24% 상호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며 “경쟁 기업들이 내야 하는 고율 관세를 감안할 때 국내 기업이 특별히 불리해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선한결/양현주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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