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고금리·저성장·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는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조직을 향한 리더의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작용한다. 리더의 한마디가 회사 전체의 사기를 좌우하고 시계제로의 상황에서 조직을 움직이는 동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어느 타이밍에 말해야 할지 몰라 침묵하거나, 반대로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려다가 메시지의 본질을 놓치기도 한다.필자는 최근 수많은 조직이 흔들리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 이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실적 급락이나 핵심 인재 이탈 등의 사업 위기 혹은 인수합병(M&A) 및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조직 내 균열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에게는 성과를 회복하고 전략을 재정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구성원에게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것, 즉 리더의 메시지를 공표하는 일이다.

리더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는 여러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한 국내 대기업은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며 조직 전체에 무거운 분위기가 드리워졌고, 당시 리더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심하며 말을 아끼고 있었다. 자신의 발언이 구성원의 동요를 불러올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필자는 실적 저하가 자사의 경쟁력 문제인지, 아니면 업계 전반의 흐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를 냉정하게 진단할 것을 권했다. 그리고 만약 그 원인이 내부에 있다면 ‘문제를 만든 것도 우리고,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우리’라는 메시지를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라고 조언했다.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와 ‘방향’을 공유하는 말이 구성원을 하나의 팀으로 묶는다.
이 질문을 계기로 리더는 타운홀 미팅을 열고 ‘우리가 이곳에 남아 함께 일하는 이유,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가치에 대해 정의해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 진심 어린 한마디는 구성원 간 대화를 촉진했고, 조직의 분위기는 빠르게 반전됐다. 보상보다 중요한 것은 남을 ‘이유’와 ‘가치’를 함께 정의해 주는 리더의 말이었던 것이다.
이후 리더는 각 팀장과 1 대 1로 대화를 나누며 상황의 배경과 불가피성을 솔직하게 설명했고, 전사 타운홀에서는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완전한 합의는 아니었지만, 많은 구성원이 그 말의 태도와 진정성에 반응했다. 구조조정처럼 예민한 결정일수록 그것을 어떤 태도로, 어떤 맥락에서 말하느냐가 조직의 균열을 막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주문하며 임직원들과 위기의식을 공유한 것도 한 예다. 위기의 순간, 리더가 던지는 한마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그것은 방향이며, 정서며, 조직의 에너지를 되살리는 촉매다. 그리고 이는 단지 ‘말을 잘하는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리더 스스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담아낸 진심의 표현이어야 한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