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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지브리 신드롬

입력 2025-04-04 17:35   수정 2025-04-05 00:50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매년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지난해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이 올랐다. 한국의 중장년 세대 중엔 그의 이름은 몰라도 그가 참여·연출한 TV 만화영화를 보고 자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 ‘미래소년 코난’ 같은 작품들이다.

40대 중반에 스튜디오 지브리를 세워 독립한 미야자키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잇달아 내놓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모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은 전 세계에 ‘일본 아니메’ 붐을 일으켰고 한국에도 적지 않은 지브리 팬을 만들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 많은 지브리의 그림은 소박하면서도 따뜻하다. 심지어 악당조차 어리숙하기는 해도 밉지 않다. 인공지능(AI)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런 그림 스타일이 돌연 오픈AI의 챗GPT에 ‘지브리 모멘트’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달 말 GPT-4o와 이미지 생성 기능을 통합한 업데이트 이후 가입자가 폭증했는데, “내 사진을 지브리풍으로 바꿔줘”라는 명령어가 마법의 주문이 됐다. SNS의 프로필 사진 등을 지브리풍 그림으로 교체하는 게 유행한 덕이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2년여 전 챗GPT 첫 출시 때 가입자 100만 명 확보에 5일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1시간 만에 100만 명 늘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역시 X의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풍으로 바꿨다. 며칠 새 7억 장의 이미지 변환 요구가 쏟아졌다니 “GPU가 녹고 있다”는 올트먼의 얘기가 과장도 아닌 셈이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남의 저작권을 침해해 돈벌이하는 것에 비판이 거세다. 더구나 미야자키 감독은 과거 AI로 움직임을 학습한 컴퓨터 그래픽에 대해 “생명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인 적도 있다. 도쿄 외곽의 지브리 미술관에 가면 그가 얼마나 작품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만한 치밀한 콘티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런 노고를 클릭 몇 번으로 베낀다는 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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