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혜진)이 올해 첫 정기 공연으로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무대에 올린다.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주역 성악가들의 면면만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그 중 10년만에 서울시오페라단에서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다시 맡은 베이스 전태현(44)과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고 돌아온 발랑탱 역의 바리톤 김기훈(34)을 만났다.
"악보를 펴자마자 전화가 왔어요...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베이스 전태현은 어느 날 새벽기도를 다녀 온 와이프가 혹시 서울시오페라단에서 연락이 올지 모르니 악보를 공부하라고 권유한 후 이 배역이 자신에게 다시 오길 기도하고 있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박혜진 단장으로부터 캐스팅 연락을 받았다.

전태현과 서울시오페라단은 인연이 깊다.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오페라에서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2015년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파우스트>로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에도 그가 노래한 역할은 인간을 유혹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였다. 전태현은 10년만에 같은 극장에서 같은 배역으로 노래하게 된 셈이다.
바리톤 김기훈은 2023년 <마술피리>, 2024년 <라 트라비아타>에 이어 3년 연속 서울시오페라단의 무대에 선 다. 미국과 유럽, 국내 무대에서까지 종횡무진 활약중인 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라 보엠>공연과 통영국제음악제 사이 일정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어요, 마치 운명처럼요" 라고 말했다.

"자연스러움이 관객을 몰입하게 만듭니다"
김기훈은 연기와 발성 모두에서 자연스러움 (이탈리아어 Naturale)을 강조한다. "발랑탱은 지금 제 나이대의 인물이라 캐릭터에 접근하기가 심리적으로 수월했어요.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가 불안해 보이면 관객은 몰입하지 못하죠". 음악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오페라지만 눈으로 보는 직관적 예술이기 때문에 실감나는 연기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평소 배우 최민식의 연기 영상을 보며 노래할때의 표정과 리얼한 연기를 연구한다.
전태현은 한예종 재학 시절 은사인 양희준 교수에게 들은 한마디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 전까지 베이스는 어둠고 크게 노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죠" 그는 밝은 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베이스가 된 후 성적도 오르고 모차르트부터 베르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베이스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약장수 둘카마라 역과 이번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비교했다. 장면마다 캐릭터와 드라마가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즉흥적으로 노래로 들려주기도 했다.

10살 차이의 두 성악가는 무대 위에서 함께 선보일 장면에 대해서도 묘사했다.
김기훈은 "메피스토펠레스가 제 머리채를 붙잡을때, 더 거칠게 해달라고 속으로 외쳤어요"라며 웃었다. "오페라는 연기의 희생이 필요해요, 성악가는 자신을 작품 속에 온전히 내던져서 망가질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직업이죠". 그는 가장 멋있는 장면은 처절하게 망가질때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오페라는 수백 년을 이어온 클래식 유산이지만, 관객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이 필요해요. 이번 무대가 그 균형을 잘 잡은 작품이다"라며 화려한 캐스팅의 성악가들이 어떤 연기와 노래를 선보일지 기대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전태현은 "대극장에서 연극과 오페라가 결합한 작품을 만나는건 10년에 한번 있을 일"이라며 이번 공연이 연극과 오페라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작품에 함께 출연하는 베테랑 배우 정동환의 연기를 보며 성악가들의 연기가 발전했다고 밝혔다.

오페라 <파우스트>는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의 <라 보엠>에서 예술가들의 도시 파리를 무대 위에 생생히 구현해 호평을 받은 오페라연출가 엄숙정이 연출을 맡았다. 파우스트 박사 역의 테너 김효종과 박승주, 마르그리트 역의 소프라노 손지혜와 황수미, 또 한명의 메피스토펠레스인 베이스 사무엘윤, 시에벨 역 카운터테너 이동규와 메조소프라노 정주연 등 국내외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고전의 재현을 넘어 연극을 만난 오페라가 선보일 새로운 시도, 베테랑 배우와 성악가의 연기대결이 펼쳐지는 오페라 <파우스트>는 10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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