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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연출에 가려진 '미인'의 춤

입력 2025-04-06 17:10   수정 2025-04-07 00:19

커다란 보름달이 무대 한가운데 떠 있고 커다란 탈로 얼굴을 가린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우리가 마당극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인물들의 탈을 극대화한 모습이었다. 음악이 시작되자 갑자기 탈들이 사라졌다. 탈을 쓰지 않은 여성 무용수들이 순식간에 무대를 점령했다. 검정색 의상과 대비되는 컬러풀한 헤드 피스와 한삼이 탈춤의 화려한 순간을 이어갔다. 과거 남성 연희자만 출 수 있던 탈춤을 맨얼굴의 여성들이 추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난 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국립무용단의 신작 ‘미인’(사진)은 여성 무용수들이 11개 민속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한국무용의 새로운 도전을 보여줬다. 양정웅 연출, 서영희 스타일리스트, 무용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끈 정보경 안무가, 신승호 뮤직비디오 감독 등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모여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미인’은 화려한 연출에 가려져 무용이 돋보이지 못한 한계점이 두드러졌다. 수려한 미장센 덕에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전함이 차올랐다. 무용의 존재감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무대 한가운데 달을 의미하는 원형의 오브제는 압도적인 크기로 무대 위 무용수들의 동선이 제한된 듯 답답한 느낌을 줬다. 탈춤, 부채춤, 칼춤 등 11개 민속무를 동시대적인 해석을 담아 재탄생시켰다는 기획 의도는 이해가 됐지만 우리 것이 사라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예를 들면 손을 맞잡고 빠르게 돌며 수확의 기쁨을 나타내는 강강술래라는 춤은 늘어진 속도감 때문에 에너지를 느끼긴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커다랗게 표현된 보름달 주변을 여인들이 돌고 있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절도 있는 칼춤을 여성 무용수들이 추는 것은 새로웠지만 스타워즈의 광선검과 같은 오브제를 들고 나타난 군무는 무용에 대한 진지함보다는 연출에 무게를 더 많이 뒀다는 인상을 줬다.

1세대 스타일리스트 서영희가 제작한 의상 자체는 아름다웠다. 다소 예스럽게 느껴졌던 한복 색감을 도회적으로 바꾸고 보색 대비도 세련되게 활용했다. 그런데 몇몇 춤에서 의상과 장신구에 눈길이 간 나머지 무용수들의 춤 선이 잘 드러나지 않은 건 큰 아쉬움이었다.

과거와 현대를 잇기란 어렵다. 그 어려움 속에서 이만한 공연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제한적인 제작 환경 속에서 한국무용을 통해 여러 가지 도전을 시도한 점은 높이 산다. 하지만 ‘미인’이 무용 레퍼토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을 다듬어야 할 것 같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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