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액은 최소 5억달러(약 7300억원).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몸 사리기’에 나선 다른 글로벌 기업과 달리 LG전자가 ‘통 큰 투자’를 결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인도법인 상장(IPO)으로 최대 15억달러를 손에 쥘 수 있어서다. 기존 노이다 및 푸네공장과 함께 인도에 ‘트라이앵글 생산거점’을 구축하게 된 LG전자는 내년부터 현지 공장을 통해 ‘100달러 에어컨’ 같은 인도 특화 가전을 줄줄이 내놓을 계획이다.

LG전자가 인도법인 IPO를 통해 확보하는 자금은 대략 10억~15억달러(약 1조4000억~2조2000억원). 인도법인 지분 15%의 시장가치다. 작년 말 기준 LG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별도 기준) 1조2000억원을 웃도는 현금이 일시에 들어오는 것이다.
LG전자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 일부를 스리시티 공장 건설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2006년 푸네 공장 후 약 20년 만에 건립되는 LG전자 인도 3공장은 내년 상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LG전자는 공급망을 단순화하고 냉방 기능에 주력한 초저가 에어컨을 출시해 인도 중산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인도 전통의상 ‘사리(Saree)’의 옷감 손상을 방지하는 전용 코스를 적용한 세탁기와 인도의 낙후한 수질, 수압을 고려해 UV 살균 및 스테인리스 저수조를 넣은 정수기도 LG전자가 준비 중인 ‘특화 가전’이다.
LG전자는 IPO를 계기로 인도 가전시장의 최강자를 넘어 인도 ‘국민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현재 21%(세탁기), 34%(냉장고)에 불과한 인도 가전제품 보급률이 수년 안에 70~80%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세탁기(2024년 상반기 점유율 33.5%), 냉장고(28.7%), TV(25.8%), 에어컨(19.4%) 시장 1위인 만큼 향후 인도 시장이 성장하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며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인도 국민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인도법인 상장을 통해 LG전자 본사 재무 구조 개선 및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블룸버그통신은 LG전자 인도법인 시가총액이 130억달러(약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도했다. 지난 4일 기준 LG전자 시가총액(11조9136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황정수/김채연/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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