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연락처 업데이트 기능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은 '시그널 게이트'의 실마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의 보안팀이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왈츠 보좌관은 민간 메신저인 시그널에서 예멘 후티 반군 공습 작전을 논의하는 비밀 대화방에 실수로 시사잡지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인을 초대했다.
이후 왈츠 보좌관은 골드버그 편집인을 이전에 만난 적도 없고, 연락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연락처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유를 모르겠다는 요지였다.
백악관이 휴대전화 포렌식을 한 결과 왈츠 보좌관의 주장이 근거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왈츠 보좌관의 휴대전화에 골드버그의 연락처가 저장된 시점은 대선 직전인 지난해 10월로 추정된다.
당시 골드버그는 상이군인에 대한 트럼프 후보의 태도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한 뒤 트럼프 캠프의 입장을 묻는 이메일을 보냈다. 트럼프 캠프에서 대변인 역할을 한 브라이언 휴즈는 왈츠에게 대응을 맡겨 이 이메일을 전달했다.
문제는 휴즈가 이메일을 복사해 문자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메일에 담긴 골드버그의 전화번호까지 포함됐다는 점이다. 골드버그의 전화번호는 아이폰의 연락처 제안 업데이트 기능을 통해 왈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것으로 보인다. 연락처 제안 업데이트는 아이폰이 알고리즘을 통해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번호를 기존 연락처에 자동으로 추가하는 기능이다.
이에 따라 골드버그의 전화번호는 휴즈의 연락처에 추가됐고, 왈츠 보좌관은 골드버그를 휴즈로 착각하고 대화방에 초대했다는 것이다. 휴즈는 현재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그널게이트가 터진 뒤 왈츠 보좌관을 해임하는 것까지 고려했지만,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보고받고 분노를 가라앉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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