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8일 10:0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도심권역(CBD) 일대 상업용 부동산 매각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들이 제안한 가격이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거나, 안정적인 딜 클로징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매도인 측이 매물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향후 대규모 신규 오피스 공급이 예정된 만큼 CBD 일대 상업용 부동산 거래 부진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운용은 지난달 중순 예정된 서울 을지로 '씨티센터타워' 공개 입찰을 취소하고 매각을 연기했다. 1969년 준공된 이 빌딩은 지상 18층, 연면적 3만7266㎡ 규모로 준공 당시부터 쌍용C&E(옛 쌍용양회)가 사옥으로 사용해왔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2018년 이지스자산운용으로부터 이 빌딩을 2377억원에 인수해 운용하다 작년 말 매물로 내놨지만, 흥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하나대체투자운용이 씨티센터타워와 함께 매물로 내놓은 삼성동 '위워크빌딩'은 투자자 5곳이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최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마쳤다. 이르면 상반기 딜 클로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역(GBD)에서 출회된 상업용 부동산은 대체로 흥행하는 분위기인 반면 CBD 일대에선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는 사례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현재 매물로 내놓은 자산에 대해 매각을 연기하거나 매각 철회를 고민하는 매도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오피스뿐만 아니라 리테일용 상업용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작년 하반기 명동 상권 대표 복합 쇼핑몰인 '눈스퀘어' 매각에 돌입했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해 매각을 취소하고 최근 펀드 만기를 연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또 다른 명동 상권 핵심 리테일 자산인 '타임워크 명동'도 올해 초 매물로 내놓았지만 아직 입찰 일정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이 자산의 경우 호텔이 일부 면적을 책임 임차하는 등 CBD 일대에서 보기 드문 리테일·호텔·오피스 복합시설이란 장점이 있어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기대하고 있다.
매도인과 원매자들의 눈높이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거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싱가포르투자청(GIC)도 작년 말 광화문 일대 '트로피에셋'으로 꼽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SFC) 매각을 취소했는데, 이 거래 역시 양측이 생각한 가격 수준이 크게 달랐다. GIC 측은 3.3㎡당 3000만원 후반대 가격을 원했지만, 당시 입찰 참여자들은 3000만원 초·중반대 가격을 제안하면서 매각을 무기한 연기하게 된 것이다.
향후 약 5년간 CBD 일대 오피스 공급이 집중된 것도 투자 매력도를 끌어내리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CBD 일대에서 올해부터 2029년까지 총 36건, 약 254만㎡ 규모의 신규 오피스가 공급될 예정이다. 연평균 약 44만2000㎡ 수준으로, 2000년대 이후 연평균 공급량의 1.6배 수준이다.
특히 2027~2029년에는 연평균 약 62만7000㎡의 공급이 집중된 만큼 이 무렵 CBD 일대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실제 공급 규모는 인허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도심 오피스 부족으로 늦어도 6개월이면 임대차를 모두 맞췄지만, 경제 성장이 정체된 국면인 만큼 향후 수년 내로 오피스 수요가 늘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CBD에는 예상 총 매각가로 1조원 이상이 거론되는 상업용 부동산 매물들이 나와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본사 사옥으로 쓰고 있는 을지로 '시그니쳐타워'와 부동산 시행사 랜스퍼트AMC가 개발 중인 공평동 'G1 오피스' 등이다. 하반기 준공 전 선매각을 추진하는 G1 오피스의 경우 매도인 측에서 3.3㎡당 4000만원 후반대 가격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강남 테헤란로 일대 핵심 오피스 자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빌딩의 입찰 흥행 여부가 향후 CBD 일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