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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깃든 조선의 풍류…추사와 단원의 '부채 그림'

입력 2025-04-07 17:10   수정 2025-04-08 08:12


에어컨과 손풍기(휴대용 선풍기)가 등장하기 전 옛사람들은 부채에 의지해 여름철을 견뎌냈다. 바람으로 더위를 쫓는 본연의 기능 외에도 부채의 쓸모는 많았다. 따가운 햇빛을 가리는 양산, 잠시나마 비를 가리는 우산, 얼굴을 가리고 멋을 내는 ‘패션 아이템’…. 그래서 조선시대 선비들은 부채에 팔덕선(八德扇·여덟 가지 덕을 가진 부채)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소중히 여겼고, 글과 그림을 그려넣어 늘 곁에 두고 펼쳐 보려 했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9일 열리는 특별전 ‘선우풍월(扇友風月)’은 이렇게 옛사람들이 부채에 그려넣은 선면(扇面) 서화를 선보이는 전시다. 이번에 공개되는 55점 중 23점은 대중과 최초로 만나는 작품이다. 전시 제목인 선우풍월은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이라는 뜻으로, 부채를 의미한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부채는 실용적 기능을 가진 생활용품일 뿐만 아니라 글씨와 그림을 넣어 소유자의 품위와 위상을 드러내는 미술품이었다”며 “간송미술관에서 부채 그림을 주인공으로 전시를 연 건 1977년 이후 48년 만”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 가장 익숙한 이름은 추사 김정희(1786~1856)와 단원 김홍도(1745~1806)다. 추사의 작품 ‘지란병분’(芝蘭竝盆·사진)은 영지와 난초가 함께 향기를 낸다는 뜻이다. 추사는 ‘쓰다 남은 먹으로 그려보았다’고 적었지만 울퉁불퉁한 영지버섯과 날렵한 난꽃에 특유의 필치가 잘 드러나 있는 수작이다. 최완수 미술사학자는 “영지와 난꽃을 각각 둘씩 좌우에 배치해 조화로운 구성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단원이 46세 때 그린 작품 ‘기려원류’는 가로 78㎝, 세로 28㎝에 달하는 거대한 부채 그림이다. 강변을 따라 난 길에서 나귀를 타고 가는 노인과 동자가 그려져 있다. 오른쪽에는 그림 스승이던 표암 강세황(1713~1791)이 쓴 칭찬의 글이 적혀 있다. “큰 병을 앓고 회복한 지 얼마 안 돼 그림을 그렸는데도 이렇게 실력이 뛰어나니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19세기 화가 한용간이 중국의 대호수 서호를 그린 ‘서호육교(西湖六橋)’를 비롯해 조선 문인이 가보고 싶었던 중국 명승이나 관념 속 이상향을 담은 그림도 눈에 띈다. 오세창, 안중식, 조석진 등 근대 서화 대가의 작품도 함께 나와 있다. 평소 간송미술관에서 열리던 특별전과 달리 국보와 보물 등 화려한 지정문화재는 없지만 부채를 벗 삼아 유유자적하던 멋스러운 옛사람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성인 입장료 5000원, 전시는 오는 5월 25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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