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백악관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상대방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라는 문구가 적힌 패널을 들고 약 50분간 연설했다. 무역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한다는 관세 밑에는 보험사 약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는데 맨눈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백악관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라온 원본 이미지를 보고서야 그것이 ‘환율 조작 및 무역장벽 포함’인 줄 알았다.이것은 상호관세가 아니다. ‘무역적자 관세’라든가 ‘보복관세’라고 이름을 붙였다면 차라리 솔직했을 것이다. USTR의 설명은 더욱 기가 찬다. “지속적인 무역 적자는 관세 및 비관세 요인들의 조합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가정에 기반”해서 이같이 계산했다는 것이다. 부끄러움 없이 이 문장을 쓸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 주장은 최근 화제가 된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의 보고서와도 괴리가 있다. 적어도 미란 보고서는 미국 무역 적자의 원인을 기축통화국인 미국 달러의 구조적 강세에서 찾았다.
무역 적자가 상대국의 무역장벽 때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엄청난 왜곡이다.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다른 나라들이 미 달러를 확보할 필요가 없었더라면, 그래서 미국에 상품 형태로 그 대가(달러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더라면 미국의 무역 적자는 이보다 훨씬 작았을 것이다. 즉 미국은 그동안 상품 교역에서 적자를 본 대신 생산한 것 이상의 풍요를 누렸다.
관세장벽 뒤로 물러난 미국은 장기적으로 기축통화국 지위 일부를 스스로 중국과 유럽 등에 넘기게 될 수도 있다. 기축통화국의 지위와 제조업 부활을 동시에 추구하는 미란 보고서는 동맹에 비용을 분담시킴으로써 체제의 수명을 연장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나온 논리는 창피한 수준이다. 아무리 미국이 당근(안보)과 채찍(관세)이 있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로는 그 어떤 정치인과 관료도 거대한 비용 분담을 자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없다. 지지자만 바라보는 게 리더십이 아니다. 진짜 리더십은 자신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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