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 곳곳에 ‘대한민국 원전의 자존심’이란 푯말이 걸려 있었다. 1978년 고리1호기, 1983년 고리2호기가 국내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고리1·2호기는 쌍둥이처럼 비슷한 모양의 발전기 터빈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세워져 있지만, 둘의 운명은 엇갈린다. 연내 해체 승인을 앞둔 고리1호기 쪽은 조용한 반면 2호기에선 소음이 발생하고 있었다. 운전 재개를 대비하기 위해 기계를 돌리는 소리다. 강창규 고리2호기발전부장은 “안전 정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냉각 시스템 등은 정상 출력운전과 동일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7일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2호기는 오는 9월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6월까지 계속운전을 승인해줄 것이란 전제하에서다. 일각에서는 연내 재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핵심 설비 개선에 대한 원안위의 추가 허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한수원이 고리2호기를 2년 넘게 놀리게 된 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여파 때문이다. 국내 원전은 원자력안전법 등에 따라 설계 수명이 끝나기 2~5년 전에 운영변경허가(계속운전)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 신청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가동 중단 직전에 계속운전을 신청하는 바람에 2년 넘게 원전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별로 계속운전을 순차적으로 신청해 심사 인력이 분배됐어야 하는데 (탈원전 여파로) 10기의 계속운전 신청이 비슷한 시기에 몰려 심사 시간이 더 늘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고리2호기가 올해 10년 수명 연장을 인가받아도 실제 운전 기간은 8년이 채 되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원안위의 심사 기간만큼 추가 수명(10년)을 갉아먹는 구조여서 심사가 길어지면 10년 추가 기간을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원전 24기 가운데 계속운전 중인 원전은 한 곳도 없다. 과거에도 국내에서 계속운전이 허가된 사례는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두 기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10년 추가 기간을 채운 사례는 고리1호기 하나뿐이다. 2022년까지 계속운전을 승인받은 월성1호기가 2019년 12월 조기 폐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세계 가동 원전 439기 중 238기(54%)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이 중 204기(46%)가 수명을 연장했다. 미국에서는 가동 원전 94기 가운데 86기(91%)에 계속운전 허가가 떨어졌다. 미국은 20년씩 최대 두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한 번 신청으로 10년 연장만 가능한 우리나라와 달리 원전이 한번 세워지면 80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원전 수명 연장을 적기에 신청하면 임시로 계속운전을 할 수 있는 점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미국에선 수명이 끝나기 20년 전부터 연장 신청이 가능하고, 늦어도 5년 전에 신청하면 승인이 날 때까지 중단 없이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국영 원전기업 EDF는 원전의 최초 수명을 60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설비를 추가하고 싶어도 10년이 안 되는 추가 사업기간으로는 경제적 타당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추가 수명을 20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장=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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