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지방법원은 지난달 25일 문부과학성이 청구한 가정연합 일본 법인 해산 명령을 인용했다. 일본 종교법인법은 현저하게 공공복지를 해칠 것으로 분명히 인정되는 행위나 종교단체 목적에서 두드러지게 일탈한 행위가 있으면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가정연합을 둘러싼 논란은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암살 사건에서 시작됐다. 용의자인 야마가미 데쓰야는 어머니가 가정연합에 총 10억원이 넘는 헌금을 한 것에 불만을 품고 아베 전 총리를 암살했다고 당시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는 평소 가정연합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1950년대 일본 내에서 통일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인물이다. 일본 공산당이 세력을 넓히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통일교의 승공(勝共·공산주의를 무찌름) 사상을 일본으로 끌어들였다. 아베 전 총리 역시 통일교 관련 단체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한 바 있다.
아베 전 총리 암살 사건 이후 가정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자민당 지지율은 급락했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는 자민당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가정연합과 관계가 있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소속 의원 총 381명 중 179명이 가정연합과 접점이 있었다. 이 발표를 두고 소수파였던 기시다 전 총리가 당시 주류였던 아베파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후 일본 정부는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일본 종교법인이 해산 명령을 받은 것은 옴진리교(1996년)와 명각사(2002년)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앞서 두 단체는 각각 사린가스 테러 사건과 사기 사건을 일으켜 간부가 형사처벌을 받았다. 가정연합의 경우 형사처벌 없이 해산 명령이 나온 첫 사례다.
가정연합은 일본 1심 법원 결정에 반발해 항소할 뜻을 밝힌 상태다. 황보국 가정연합 한국협회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오해를 풀고 승소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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