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독일, 유럽, 전 세계와 더 많은 비즈니스를 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2016년 4월 25일 독일 하노버콩그레스센터(HCC)에서 열린 ‘하노버 메세’ 개막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 같은 말로 서두를 열었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하노버 메세에 참석한 오바마는 연설 내내 유럽과 미국의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훗날 결렬되긴 했지만 오바마는 이 무대에서 관세 철폐를 핵심으로 하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박람회는 속성 자체가 자유무역 플랫폼이다. 참가한 기업들이 수출 계약을 맺고 네트워크를 쌓는 경제적 교류 공간이다. 장벽이 아니라 장터 역할을 한다. 하노버 메세 출발도 그랬다. 처음 개최된 건 1947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피폐해진 독일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열린 하노버 메세는 50개국에서 73만 명이 찾아 총 3200만달러 수출 계약이 체결되는 성과를 올렸다. 독일의 산업 역량을 알리고 전쟁으로 단절된 무역 네트워크를 복구해 전후 독일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전환점이 됐다. 이후 국제무역과 협력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하노버 메세는 세계 최대 산업기술 박람회로 성장했다. 2011년 ‘인더스트리 4.0’이 발표된 곳도 하노버 메세다.
인공지능(AI)이 화두로 떠오른 올해 하노버 메세는 기업 간 담장도 허문 듯한 개방성이 인상적이었다. 클라우드와 AI를 내세운 마이크로소프트 전시관에는 항공엔진 제조사 롤스로이스, 스타트업 생추어리AI 등 협력업체가 함께 둥지를 틀었다. 자율이동로봇(AMR)의 통합 운용 시스템을 선보인 SAP 부스 한복판엔 일본 오므론(OMRON), 독일 보쉬렉스로스(Bosch Rexroth)의 AMR이 돌아다녔다. 독자적 기술과 모델만 홍보하는 한국 기업 부스와 결이 달랐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올해 하노버 메세 슬로건은 ‘지속가능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자’였다. 지속가능성을 달리 표현하자면 생존이다. 장벽을 뛰어넘는 협력이야말로 생존의 길이라는 게 하노버 메세가 던지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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