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벤처캐피털(VC)업계 최대 화두는 AI 활용이다. 벤처투자는 심사역 개인의 경험과 직관,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AI 도입이 더딘 분야였다. 투자 검토 범위가 해외로 넓어지고 있는 데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I 심사역을 자체 개발 중인 더벤처스 관계자는 “AI 심사역은 인간 심사역의 투자 기준보다 낙관적인 판단을 하도록 설계됐다”며 “좀 더 많은 학습을 통해 고도화하면 인간 심사역의 투자 검토 시간을 80% 이상 줄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자사 업무 효율을 넘어 VC업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자회사 똑똑을 통해 ‘VC웍스’라는 AI 솔루션을 개발한 뒤 이달 4~6일 쇼케이스를 열었다. VC웍스는 투자 대상 기업의 보고서 등 각종 데이터를 취합하고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쇼케이스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대형사를 포함해 매일 40여 명의 관리·심사역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벤처투자는 그동안 정량적 데이터보다는 심사역 개인의 직관에 기대는 사례가 많았다. 심사역들은 ‘창업자 눈빛을 보면 안다’는 식으로 투자 기준을 설명해왔다. 첨단 기술 기업에 돈을 넣는 VC업계에서 AI 도입이 더뎠던 이유다. 상장사처럼 정리된 재무제표와 공시자료가 많지 않아 AI가 학습할 데이터도 부족했다. 업계 내 소개, 추천 등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가 높은 것도 AI 활용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최근 들어 비공식 정보량이 늘고 투자 검토 범위도 글로벌로 넓어지자 AI 적용을 추진하는 VC가 계속 늘고 있다. 투자 트렌드가 딥테크 중심으로 바뀌며 글로벌 주요 대학 연구실의 인맥이 중요해진 것도 AI 활용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꼽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AI를 투자 업무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VC들의 성과를 가를 것” 이라며 “AI 심사역을 활용한 투자가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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