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보수 진영에서도 수도권·중도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는 후보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오 시장은 최근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번복 여파와 이른바 ‘명태균 리스크’가, 유 전 의원은 당심 반영 비중을 높인 국민의힘 경선 룰이 끝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권에선 이들을 향하던 표심이 어디로 이동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안철수 의원 등 중도 확장성이 높은 후보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홍준표 전 대구시장·나경원 의원으로 표심이 분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시장과 함께 ‘빅4’ 주자로 꼽혀 왔다. 당초 윤 전 대통령 탄핵 전만 해도 조기 대선이 열리면 오 시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게 중론이었다. 높은 수도권 인지도와 중도 영향력을 고려하면 탄핵 이후 선거에서 승기를 잡기에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오 시장이 지난 2월 국회에서 개최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당 지도부를 포함한 108명 중 48명이 참석하면서 ‘대세론’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서울시 내 토허제를 해제했다가 번복한 것을 계기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오 시장 측은 결백하다는 입장이지만 명태균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한덕수 차출론’까지 나오자 지지율은 눈에 띄게 꺾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장래 정치 지지도 선호 조사에서 오 시장 지지율은 2%에 그쳤다. 여론 조사에 막 이름을 올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2%)과 같았다.
두 보수 잠룡의 불출마는 중도 성향이 비교적 강한 한 전 대표, 안 의원에게 유리한 판도를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보수 성향은 짙지만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던 홍 전 시장 또는 수도권 인지도가 높은 나 의원 측으로 표심이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 시장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유력 주자들은 일제히 오 시장의 뜻을 존중하며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유 전 의원이 당내 다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제3지대 인사들과 함께 ‘오픈 프라이머리’ 형태로 별도 경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 전 의원 측 한 관계자는 “보수를 재편해야 한다는 (유 전 의원)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