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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경제의 필수 화폐 ‘가상자산’

입력 2025-05-02 06:01   수정 2025-05-12 08:12

[가상자산 따라잡기]



사람을 대신해 인공지능(AI)이 여러 업무를 수행한다는 건, 결국 AI가 결제를 포함한 실제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사람이 자신의 계좌나 카드를 연결해 두고 AI에게 명령을 내리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다소 순진한 가정이다. 현실에서 유능한 사람일수록 상사의 승인 없이도 중요한 일을 ‘알아서’ 처리한다. 우리는 이런 역할을 AI에게도 기대할 수 있다. 즉, AI 에이전트(agent)가 스스로 판단하고 거래하고 자원을 사용할 수 있어야 진짜 유용한 AI다.

에이전트라는 개념으로 진화한 AI는 이제 단순히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필요한 데이터를 구매하거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호출하고, 심지어 다른 AI를 고용할 수도 있다. 그때마다 사람이 모든 거래를 일일이 승인해줄 수는 없다. AI가 진짜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경제 주체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제를 포함한 일련의 금융 활동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곧 금전 거래의 권한과 수단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AI 경제 활동에 가상자산이 적합

그럼 AI는 어떻게 금전 거래를 할 수 있을까. 여러 에이전트가 협업을 하게 된다면 에이전트끼리는 어떻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문제는 명확하다. AI는 사람같은 신원이 없다. 은행 계좌를 만들 수도 없고, 고객 확인(KYC)을 통과할 수도 없다. 실제로 외국인조차 한국에서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선 무수한 서류와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AI에게 그런 걸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애당초 은행은 사람이나 법인을 위한 시스템이지 AI를 위한 것이 아니다. 결국 AI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거래를 하기 위해선 기존 금융 시스템이 아니라 탈중앙화된 인프라, 즉 블록체인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위에 구축된 가상자산은 지갑 주소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누구든, 아니 무엇이든 거래할 수 있게 한다. 중앙기관의 허락도 신원 인증도 필요 없다. AI 에이전트는 이더리움(ETH), USD코인(USDC) 같은 토큰을 통해 다른 에이전트에게 데이터를 사거나 API 사용권을 구매하거나 작업을 외주로 줄 수 있다.

가상자산은 AI의 자연어가 아니라, ‘경제어’가 된다. 지금은 사람이 키보드로 입력하지만, 가까운 미래엔 AI 에이전트가 블록체인상에서 자동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결제를 실행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건 단지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신뢰와 자율성,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AI가 돈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은 철학적이지만, 동시에 실질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AI는 인간처럼 감정이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자유시장경제에서 배운 건, 자율적인 개체가 명확한 인센티브를 가질 때 가장 효율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AI도 마찬가지다. 에이전트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서버 비용을 감당하고 연산 자원을 확보하고 스스로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우리는 ‘셀프 메인텐스(self-maintenance)’, 목적함수라고 부를 수 있다. 스스로를 유지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능동적인 경제 활동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보상과 벌점이 작동하는 구조가 생긴다.

진화 이끄는 인센티브 역할도

에이전트가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히 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부 에이전트는 작업을 분산 처리하고 다른 에이전트와 협업하거나 더 유리한 조건의 네트워크를 선택해 이동하기도 한다. 이 과정은 점차 인간의 경제 활동과 흡사해지고 있으며 결국 목적 함수에 기반한 의사결정, 비용·편익 분석, 자원 최적화 같은 경제 주체의 기본 속성을 갖추게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에이전트는 인간이 만든 텍스트를 학습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는 인류가 오랫동안 쌓아 온 칭찬, 비난, 사회적 신호, 감정 구조 등을 이미 내면화했음을 의미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LLM이 인간의 가치 판단 구조를 일정 부분 학습하고, 특정 피드백이나 보상 구조에 따라 행동 경향이 달라지는 사례도 발견됐다. 완전한 자율의식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보상을 중심으로 구성된 환경 속에서 AI가 '행동 전략'을 조정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에이전트 간 협업을 위한 인프라와 프로토콜은 이미 현실에서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자율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페치에이아이(Fetch.ai) 또는 데이터, 컴퓨팅 자원을 토큰 기반으로 안전하게 거래하거나 위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네버마인드(Nevermined) 같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인간이 아닌 존재들끼리 경제 활동을 수행하는 새로운 질서를 실험 중이다. 앞으로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의사결정부터 계약 체결, 결제, 결과 생성까지 전 과정이 에이전트 간에 일어나게 될 것이다.

AI가 경제 주체가 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그들에게 은행은 너무 느리고 복잡하고 무엇보다 ‘허락’을 필요로 한다. 반면 가상자산은 신원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다.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화할 수 있으며 24시간 국경을 초월해 작동한다. 가상자산은 더 이상 인간만을 위한 투기성 자산이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선 가상자산은 그들이 쓸 수 있는 유일한 화폐이자, 가장 자연스러운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어쩌면 먼 훗날 인간보다 AI가 더 많은 경제 활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계획에는 그런 미래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걸까. 확실한 것은 AI가 진짜 경제 주체가 되는 날, 그 통화는 가상자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태우 스페이스바 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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