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4일 14: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용등급 AA급인 우량기업들이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들이 매긴 금리 평균)보다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찍는 ‘오버 발행’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시장 금리보다 높게 형성된 의미로, 회사채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원래 ‘언더금리 발행’이 당연시되던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으로 국고채 금리가 급등락하면서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무보증 AA- 등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이달 연 3.1%대에서 2.9%대로 하락한 뒤 다시 3%대 상승세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고율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 뒤 금리가 급등락하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관세 부과가 발표된 9일 이후 수요예측을 받은 7개 기업 가운데 5개 기업이 민평금리 대비 ‘오버금리’로 발행을 결정했다.
CJ제일제당 회사채 발행 목표 물량을 모두 채우는데 성공했지만, 2년물은 0.05%포인트, 3년물은 0.04%포인트 높은 금리로 발행됐다. 고려아연(AA+)은 2년물 0.25%포인트, 3년물 0.28%포인트, 한화호텔앤리조트(A-)는 1.5년물 0.3%포인트, 2년물 0.31%포인트로 오버발행됐다. 포스코이앤씨(A+)도 2년물 0.25%포인트, 3년물 0.2%포인트 등 우량·비우량 기업을 가리지 않고 오버금리 발행이 확산되고 있다.

한 증권사 회사채 담당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금리가 0.15%~0.20%포인트씩 출렁이고 있다”며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면서 기관투자가들도 보수적인 태도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인용된 뒤 안정을 되찾은 회사채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탄핵 선고 이후 지난 8일 수요예측을 받은 삼천리(AA+)는 800억원 모집에 1조원 이상 자금이 몰리며 2년물, 3년물 각각 ?0.02%포인트, -0.03%포인트 언더금리로 발행되기도 했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발행사와 주관사 모두 수요예측 일정 잡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발행사는 “회사채 발행을 미뤄야 하냐”는 문의를 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국고채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수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기관투자가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회사채 관계자는 “탄핵 선고 인용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줄 알았지만, 오히려 관세 부과 여파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