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기초자산인 ELS도 마찬가지다. 증권사 발행량은 23개에서 54개로, 발행액은 305억원에서 1203억원으로 증가했다.
작년과 다른 점은 원금 손실 기준점인 ‘녹인 배리어’가 매우 낮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1개월 새 발행된 ‘테슬라 ELS’ 94개 중 71개(75.5%)의 녹인 배리어가 40% 이하(초저녹인)였다. 테슬라 주가가 ELS 발행 당시 대비 60% 이상 급락하지만 않으면 사전에 정해 놓은 만기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얘기다. 엔비디아 ELS는 전체의 80%가 초저녹인 구조였다.
테슬라·엔비디아 초저녹인 ELS의 기대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다. 6개월마다 조기 상환하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지만 연 13~20%를 보장한다. 테슬라 주가가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하지만 않으면 만기인 3년 후엔 40~60%의 총수익을 거두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면 지수형 ELS 수익률은 낮은 편이다. 유로스톡스50, 닛케이225, 코스피200 등 대표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둔 ELS 수익률은 연 4~9%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초저녹인 ELS는 주가가 지금보다 절반 넘게 빠져야 원금 손실이 확정된다”며 “이 때문에 고수익을 주는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는 개인투자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PB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달러가 불안하고, 금값은 많이 뛴 상태”라며 “녹인 배리어를 20~30%로 확 낮춘 테슬라·엔비디아 ELS는 수요가 넘치는 바람에 상품당 한도를 5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늘려 모집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초저녹인 구조라고 해도 맹신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100% 손실이 가능한 종목형 ELS란 사실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발행한 테슬라·엔비디아 ELS 중 일부는 최근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섰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ELS는 ‘이 정도까지는 주가가 안 떨어질 것’이란 믿음을 전제로 투자하는 상품”이라며 “빅테크 종목들이 하루에도 20%씩 등락할 정도로 변동성이 큰 상황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녹인(knock in)
주가연계증권(ELS) 등 구조화 상품에서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점(배리어) 미만으로 하락해 손실 구간에 들어선 상태. 기준점이 높을수록 기대 수익이 크다. 녹아웃은 기준점에 도달하면 확정 수익으로 조기 상환되는 구조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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