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 종목들이 급등하자 기존 주식관련사채(메자닌) 투자자의 주식 전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주식 수가 대거 늘어나는 만큼 주가 변동성 확대를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에르코스는 8.86% 하락한 2만5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돼 이달 초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7000원대이던 주가가 최근 3만원대 중반까지 네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기존 전환사채(CB) 투자자가 CB를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대량 매도 물량(오버행) 우려가 커진 것으로 풀이됐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전날 20억원어치 에르코스 CB를 보통주로 전환 청구했다. 전환가격은 6215원으로 네 배 이상의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정치 테마주로 묶인 다른 종목에서도 메자닌 채권의 보통주 전환이 잇달아 이뤄졌다. 형지글로벌이 앞서 발행한 4~6회 차 CB 69억5000만원어치는 지난 4일 보통주로 전환 청구됐다. 각 CB 전환가격은 3172원, 3925원, 3346원이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3월 말까지 3000원을 밑돌았지만 이달 들어 네 배 가까이 상승하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날 종가는 1만850원으로 이 CB 투자자는 두세 배의 평가차익을 거둘 전망이다. 크라우드웍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 35억원어치도 전날 보통주 전환권 행사가 이뤄졌다. 행사가격은 9460원으로 이날 종가(1만3790원)보다 30% 이상 낮다. 3월 말과 비교해 주가가 세 배 가까이 뛴 결과다.
주가가 기업 본연의 사업과 무관하게 급등하자 기존 투자자가 투자금 회수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상향 리픽싱 규제로 주가가 오르면 이를 반영해 CB, BW 등 메자닌 행사가격도 상향 조정되는 만큼 그 전에 보통주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연이어 메자닌이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오버행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형지글로벌은 CB 전환으로 상장 주식의 30%에 해당하는 보통주 약 200만 주가 늘어난다. 이번 CB 전환 이후에도 보통주 약 151만 주로 전환할 수 있는 CB가 남아 있다. 시장 관계자는 “단기 주가 급등을 노려 보통주로 전환한 만큼 해당 물량이 쏟아져 주가가 급락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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