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역가왕2'이 제작사와 기획사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채 콘서트를 시작하게 됐다. '현역가왕2' 제작사인 크레아스튜디오의 또 다른 야심작이라 불리던 '언더피프틴'은 미성년자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방송이 취소됐고, 관련 유튜브 영상마저 모두 비공개로 전환됐다. 방송가의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던 서혜진 PD가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분위기다.
서혜진 PD는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등을 연출했고, TV조선으로 이적해 '아내의 맛', '연애의 맛', '내일은 미스트롯', '내일은 미스터트롯' 등 TV조선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연이어 론칭시켰다. 몇 년째 이어지는 트로트 열풍을 이어낸 장본인이라는 평가다.
2022년 TV조선 퇴사 후 크레아스튜디오를 설립했고, 이후 MBN과 본격적으로 손을 잡고 '불타는 트롯맨'을 시작으로 '현역가왕' 시리즈', '한일가왕전' 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성공시킨 서혜진 대표는 '현역가왕2'을 선보이면서 방송 내내 공정성 논란과 법적 분쟁을 휘말려야 했다.
참가자 신유·박서진의 예선 없는 본선 직행의 불공정성, 신유의 본선 무대 피처링 특혜, 신유 팬카페에서 결승전 방청권 정보가 공유된 점, 참가자인 가수 환희 소속사와 연관된 투자사의 11억 원 투자 여부 등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된 4가지 사안 모두 지난 11일 "위법 사항을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콘서트 권한을 두고 벌어진 기획사와의 법적 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공연 기획사 nCH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3월 '현역가왕2' 콘서트 및 매니지먼트 사업 계약을 체결하였다. 하지만 nCH는 크레아로부터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통보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항의하며 계약 유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크레아는 오는 18일부터 3일 동안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현역가왕2' 콘서트를 예고했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 14개 도시에서 '현역가왕2' 콘서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nCH는 아직 계약 유효 확인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지 않았으므로 '현역가왕2' 콘서트에 대한 사업관리도 자신들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nCH는 지난달 서혜진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 이중계약으로 인한 콘서트 피해매출액 78억원에 대한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nCH는 입장문을 통해 "크레아는 2024년 10월 다른 엔터사와 '현역가왕2' 콘서트사업 계약을 진행하고, 현재 전국투어 콘서트 개최를 강행하여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 지역의 콘서트 티켓을 판매 중"이라며 "계약의 유효성을 따지는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제3자와 이미 계약을 체결하고 공연을 강행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계약 등의 계약 위반이며, 재판 중인 상황에서 법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크레아의 비상식적인 공연 강행 및 이중계약에 대한 법적 조치에 해당하는 가압류 등을 진행하여 적극적으로 부당함을 알리고 소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크레아 측은 반박했다. "이미 모든 계약을 공식적으로 해지했고, 올해 3월 14일자로 공탁금 44억 원을 nCH에 채권이 있는 제 3자들이 전액 회수하였으며 이에 따라 양사 간의 계약 관계가 완전히 정리됐다"는 것.
오히려 "사실관계를 왜곡한 허위 사실을 지속해서 유포하여 크레아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정창환 nCH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무고죄에 대해서도 형사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콘서트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안내했다.
이 와중에 '언더피프틴'의 방영마저 좌초를 맞았다. '언더피프틴'은 만 15세 이하 여성 참가자들의 아이돌 선발 과정을 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본래 지난달 31일 방송 예정이었지만, 티저 영상과 이미지 공개 후 참가자들의 성 상품화와 과도한 경쟁, 학습권 침해 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언더피프틴'에는 전 세계 70개국 만 15세 이하 여성 59명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모두 2009년~2016년생의 여성 어린이로, 2016년생은 올해 8~9세다.
시청자들의 반감과 우려해 크레아와 수년간 협업해온 MBN에서 먼저 방영 취소 소식을 전했다. 서혜진 대표 등 제작진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명했지만, 간담회 도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통과했다고 한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더 큰 논란을 불렀다.
여기에 일반 시청자뿐 아니라 교원단체와 교육공무원 노조에서도 '언더피프틴' 방영을 재검토하거나 철회하라는 성명을 연이어냈다.
초등교사노조는 "아동이 주간에 녹화에 참여했다면 학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하기 어렵다"며 "이 방송을 통해 15세 미만 아동의 방송 활동이 일반화된다면 연예인을 꿈꾸는 많은 아동의 교육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교조도 성명을 통해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서는 50여명의 10대 초반의 어린이들이 민소매, 크롭톱, 미니스커트 등 노출이 있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며 "개인 프로필 사진엔 바코드가 새겨져 마치 진열대에 진열된 상품처럼 보이도록 했다. 어린이 출연자들을 아이돌 오디션이라는 명목으로 성적 이미지를 입혀 상품처럼 소비할 수 있도록 내모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달 초에는 크레아 유튜브 채널에 게재됐던 영상까지 모두 비공개로 전환됐다.
서혜진 대표는 지난해 6월 진행한 인터뷰에서 '언더피프틴'에 대해 "6살이 뽑힐지, 14살이 뽑힐지 몰라 아직 어떤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할지 말하기 어렵지만, 재능 있는 친구를 발굴하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양현석, (SM엔터테인먼트 전 대표) 이수만 같은 분들과 저희가 보는 눈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며 "크레아는 하이브 자본력의 100분의 1도 안되는 회사지만, 트레이닝과 캐릭터화 등 저희만의 강점, 차별성은 분명히 있다. 이걸 통해 매력 있는 친구를 발굴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송 시작하기도 전에 우려가 빗발치면서 결국 방송 공개 여부마저 불투명하게 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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