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의 견고한 경기 흐름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테마 강세가 미 증시를 견인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전후로 달러 강세가 연출되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 열위가 연출됐다. 중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관세를 비롯한 미·중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 위안화 약세 지속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져 있었다. 그러나 올해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출현 이후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신경제로의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상승하며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딥시크 출현이 AI를 포함한 첨단 영역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격차 축소, 가성비 최적화 모델로 중국 내 빅테크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데 일조했고,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호실적 발표와 AI 관련 투자 확대 등 중국의 AI 인프라 확장이 내수 회복 지연 및 부동산 경기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인 것이다.
AI 영역에서 강화된 중국 존재감


AI 영역에서 강화된 중국의 존재감과 중국 정부의 민간 기업 지원은 구경제에서 신경제로의 본격적인 구조 변화를 의미하며, 중국 테크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 지속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중국 정부의 증시 구호 자금 및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본토 증시의 상대 성과가 양호할 수 있지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기술주 중심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상호관세 발효를 유예했지만, 중국산 수입품에는 145%의 관세율을 유지하고 중국이 이에 대미 관세율을 125%로 높이는 것으로 대응하며 두 국가 간 관세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 이후 상호관세 유예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카드가 협상용임이 확인됐고,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맞대응하며 방어력을 높였다.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중국 고용 시장과 부동산 경기 회복 확인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딥시크발 AI 응용 확대에 따른 기술 혁신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테크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고용 시장 회복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자율주행이 차량 구매 핵심 요인으로 부상

중국 기술 혁신을 이끄는 기업들의 범위는 넓고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관련 기업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2025년 글로벌 신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4% 증가한 906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 중 29%가 중국 시장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올해 2위(미국 18%), 3위(서유럽 15%) 시장과의 점유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했다. 또한 올해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에서 전기차 비중이 5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내수+수출)은 2년 연속 3000만 대를 넘어서며 16년째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은 35.5% 증가하며 사상 처음 1000만 대를 돌파하며 중국 자동차 판매 증가를 견인 중이다.
이처럼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을 보유한 중국에서 차량 구매의 결정적 요인은 자율주행 기능이다. 중국 자율주행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중국 내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 허가를 받지 못한 테슬라의 자리를 중국의 대표 전기차 기업 화웨이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올해 1월을 기점으로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에서 화웨이가 테슬라를 뛰어넘었다. 화웨이는 2024년 상반기 기준 전국 단위의 도심 자율주행 보조기능(Navigate on Autopilot·NOA) 허가를 받은 유일한 기업이다. 완성차 기업과 협업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체 개발 자율주행 칩을 통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간 최적화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화웨이의 자율주행 시스템인 ‘첸쿤ADS’의 자율주행 성능(레벨 2.5)은 알고리즘 측면에서 테슬라보다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중국의 자율주행 경쟁력과 관심도 확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화웨이는 비상장 기업으로 화웨이와 유사한 비즈니스 전략을 가진 샤오미, 자체 자율주행 시스템 ‘신의눈’ 공개에 이어 무료 자율주행 기능 공급을 밝힌 비야디(BYD), 자율주행 기업으로 저가 레벨 2.5 모델 출시에 성공한 샤오펑 등의 기업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산업용 로봇 넘어 휴머노이드로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가 언급되는 등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AI 등 휴머노이드를 차세대 국가 전략 기술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2000년대 초부터 중국은 공작 기계 및 산업용 로봇 자체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 국책 과제를 수립해 왔다.
이후 산업용 로봇 기술 국산화를 넘어 자국 기업 육성에 노력을 기울였고 시아순 로보틱스(중국 과학 아카데미 산하의 국영기업), 이포트 인텔리전트 장비(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상위 점유율 확보)와 같은 중국 산업용 로봇 기업들이 등장했다. 중국 국산 산업용 로봇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자국의 산업용 로봇 제품을 수출 중이다.
중국 중앙 및 지방정부의 로보틱스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산업의 성장 가속화로 연결될 수 있다. 정부는 휴머노이드 훈련을 위한 훈련장을 지원하거나, 피지컬 AI 개발 오픈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다. ‘오픈룽’은 중국 내외 휴머노이드 기술을 모아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휴머노이드 분야는 기술 개발에 많은 자원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중복된 연구로 인한 비효율을 감축하고 기술 발전 가속화를 위해 설립됐다.
여기에 더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및 보조금 지원 정책을 집행하는 등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주요 로보틱스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에 대한 성장 기대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관세 우려에 따른 주가 하락을 비중 확대의 기회로 고려해볼 수 있다.

테크 투자 확대가 경기 회복 견인차 역할
최근 중국 기술주들은 큰 폭의 주가 하락을 보였다. 국영기업, 은행, 소비 관련주의 비중이 높은 본토(상하이·선전) 대비 성과가 좋지 못했다. 이는 관세 노이즈 이전까지 워낙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고, 미국의 높은 관세율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증시 및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본토 증시의 방어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3월 소비자물가(CPI)는 전월 대비 낙폭을 축소했고 부동산 가격도 반등 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생산자물가(PPI)는 무려 30개월 연속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 절대적인 수요에 대한 눈높이는 아직까지 보수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딥시크 출현이 중국 주식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되돌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 중국 증시 투자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월 양회 이후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부양책과 소비 경기 개선이 전반적인 중국 증시의 매력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업무 보고에서 제시된 AI 기술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에서 중장기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해 인재 육성, 중소기업 육성, 플랫폼 경제(빅테크 기업 네트워크) 활성화 등 세 가지가 강조됐는데, 기업 투자와 신사업 진출 확대가 향후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5% 달성을 위해 투자, 고용, 소비 사이클 개선을 이뤄야 한다.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가 고용 시장과 소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목해야 할 중국 기술주 ETF는

현재 중국 증시 흐름은 미국과의 관세전쟁 격화에 따라 경기부양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경기 부양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본토 증시의 높은 방어력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기술주 중심의 상대 성과가 더 양호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한 해 압도적이었던 미국 주도의 AI 모멘텀이 중국으로 분산됐고, 이를 되돌리는 미국의 압도적 우위의 AI 기술력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관세 우려에 따른 변동성 확대로 낙폭이 확대돼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해진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정부의 스탠스가 규제에서 지원으로 변화되는 만큼 민간 테크 기업들의 투자 확대 및 정책 수혜를 기대해볼 만하다.

중국 기술 관련 기업을 하나씩 살펴보는 것이 좋지만, 이러한 방법이 어려운 투자자들은 유망한 중국 기술주 비중이 높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도체 기업 비중이 높은 과창판, 자율주행·로봇 기업 비중이 높은 창업판, AI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기업 비중이 높은 항셍테크 지수 등이 대표적인 중국 기술주 중심의 지수다.
국내에 이들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ETF가 상장돼 있다. TIGER 차이나항셍테크(371160), TIGER 차이나과창판STAR50(414780), KODEX 차이나심천 ChiNext(256750)가 대표적이다. 다만 기술주와 함께 소비주 비중도 의미 있게 가져가고 싶은 투자자의 경우 TIGER차이나HSCEI(245360)도 대안이 될 수 있다.
TIGER 차이나항셍테크는 중국 신경제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에 편승하는 혁신 기업들에 분산투자를 하는 ETF로, 항셍테크 지수(Hang Seng TECH Index)를 추종한다.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ETF들과 비교해 운용 규모가 크고 운용 보수는 낮은 특징이 있다. 항셍테크 지수는 자유소비재, 정보기술(IT), 금융 업종의 비중이 높고 IT 업종 중 클라우드, 디지털, 이커머스, 핀테크, 인터넷·모바일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포함해 30개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이 68%를 상회하며, SMIC, 텐센트, JD, 메이투안, 샤오미, 알리바바의 비중이 7%대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TIGER 차이나과창판은 중국 첨단 기술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스타50 지수(STAR50 Index(PR))를 추종한다. 과창판(STAR Market)은 중국 정부의 ‘중국 제조 2025’ 전략과 고기술 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정책적 조치의 일환으로 2019년 7월 22일에 공식 출범했고, 중국 스타트업 및 기술 혁신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조성됐다.
스타50 지수는 과창판에 상장된 상위 50개 기업을 포함하는 지수로 상장 기업 중 시가총액이 크고 성과가 뛰어난 기업이 선별적으로 포함된다. IT 업종 비중이 60%를 상회하며, 헬스케어(8%)가 그다음으로 높다. 편입된 기업들은 반도체, AI, 바이오 기술, 전기차, 5세대(5G) 통신 등 첨단 산업에 집중돼 있어 중국 경제의 혁신 성장을 이끌어 갈 기업들로 구성돼 있는 특징이 있다.
KODEX 차이나심천 ChiNext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차이넥스트 프라이스 지수(ChiNext Price Index)를 추종한다. 창업판(ChiNext)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며, 중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된다. 차이넥스트 지수는 IT, 헬스케어 등 신경제 섹터를 월등히 높은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고, 과창판과 비교해 기술 혁신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 투자에 무게를 둔다.
보유 종목이 100개로 중국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 기업에 분산투자 할 수 있다. 반면 상장 요건이 유연해 이익 실현이 되지 않은 기업이 상장할 수 있다는 특성상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다. 편입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CATL(11.6%)로 전기차(EV)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고 있고, 전기차 산업과 함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김다현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