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탈리아 밀라노는 세계의 디자인 수도로 변신한다. 전 세계 거물급 브랜드가 밀라노 한복판의 옛 궁전과 대저택, 갤러리, 스튜디오 등을 빌려 쇼케이스를 연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전시장이 되는 셈이다. 올해도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전 세계 디자인, 가구, 인테리어 업체 2000개 이상이 밀라노에 모였다.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라는 가구 박람회를 중심으로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장외 전시가 열렸다. 살로네는 밀라노 북서부 로 피에라의 16만9000㎡ 규모 전시장에서 가구와 리빙 트렌드를 전시하는 행사다. 가구와 리빙뿐만 아니라 패션, 자동차, 럭셔리 등 분야를 넘나들며 디자인 영감을 얻기 위한 발길이 이어진다. 올해 박람회는 30만2548명이 방문했다. 그중 68%는 해외 관람객이었다.
살로네의 특별한 점은 뭘까. 60년 넘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밀라노라는 도시와의 유기적인 연결성에 있다. 1961년 ‘밀라노 국제 가구 박람회’로 시작해 60년 넘게 명성을 쌓고 효과를 입증해 온 박람회다. 초반에는 가구 박람회로 시작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조명, 가전, 식기, 인테리어 등 공간에 관한 모든 전시로 외연을 확장했다. 가구 박람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장외 경험이 매력적인 것은 밀라노라는 도시의 유산(헤리티지) 덕분이다. 밀라노 대성당, 브레라 미술관, 스포르체스코 성 등 문화유산이 도심 곳곳에 남아있다. 이탈리아 북부 핵심 도시로 유독 궁전, 대저택, 바실리카 등 화려한 건축물이 많다. 도시의 역사적, 예술적 공간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그 사이사이 거리를 현대 디자인 브랜드가 채우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밀라노다.장외에선 브레라 디자인 지구만 둘러봐도 하루가 훌쩍 간다. 전체 200여 개 브랜드의 가구 디자인 인테리어 관련 쇼룸이 자리 잡고 있고, 골목골목 숨은 갤러리 스튜디오 등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밀라노는 유독 프라이빗 공간이 많다. 그 문을 열면 놀라운 공간이 있지만 초행자는 도무지 어디를 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숨은 장소를 브랜드 행사장으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가 있을 정도다. 궁전, 대저택, 공공건물, 폐교, 종교 시설, 수영장 등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18세기 나폴레옹이 거주한 궁전 ‘팔라초 세르벨로니’에서는 루이비통의 ‘오브제 노마드’ 전시가 열렸다. 밀라노의 건축 유산이 현대 디자인과 만나 완성된 독특한 경험이다. 살로네를 직접 경험해 보면 박람회를 넘어 도시를 디자인해 온 그들의 배포에 놀라게 된다. 살로네의 지향은 이미 물건, 가구, 건축, 예술 작품 등 유형의 대상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마리아 포로 살로네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 도시의 문화적 사건들을 주도하고 있으며, 오래도록 남을 유산을 만드는 중입니다.”밀라노=조민선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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