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조7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적자’를 낸 새마을금고가 출자자(회원)에게 3000억원 가까운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적자를 기록했거나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받은 부실 우려 금고가 출자자에게 수억원대 배당한 사례도 확인됐다.
17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새마을금고 배당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276개 새마을금고의 평균 출자배당률은 작년 기준 2.6%였다. 작년 말 새마을금고의 출자금 총액은 11조300억원이었다. 이번에 약 2800억원이 배당금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배당률은 2022년(4.9%), 2023년(4.4%)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문제는 작년 새마을금고의 경영 상황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점이다. 1276곳의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1조7382억원 순손실을 냈고, 단위 금고 772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새마을금고는 2023년에도 당기순이익(880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 약 48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 ‘배당 잔치’ 논란이 불거졌다.
이익잉여금 줄어 자본 급감 우려…일각선 행안부 감독 부실 지적
작년 출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은 단위 금고는 329곳이었다. 이 밖에 배당률 구간별로 보면 0% 초과 2% 이하 113곳, 2% 초과 4% 이하 674곳, 4% 초과 6% 이하 147곳, 6% 초과 13곳 등이었다. 작년 순손실을 기록한 금고가 772곳인 점을 감안하면 적자 금고 중 절반 이상이 출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를 냈다고 해서 배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과거 적립해 둔 이익잉여금(임의적립금)을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익잉여금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면 그만큼 자기자본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대출 부실 등에 대비할 체력이 그만큼 약해진다는 뜻이다. B금고의 자기자본은 2023년 말 251억원에서 작년 말 169억원으로 급감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회원들이 출자금을 빼내 오히려 경영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새마을금고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한다. 행안부는 작년 12월 적자 금고 배당률 ‘1년 만기 정기예탁금 연평균 금리 절반 이내(1.83%)’ 제한, 경영개선 조치 금고 배당 금지 등의 내용을 일선 금고에 사전 통지했다. 하지만 개별 금고의 반발에 못 이겨 한 달 만인 올해 1월 배당 제한 수위를 낮췄다. 작년 적자를 낸 단위 금고가 2023년에 흑자였다면 배당률을 3%까지 풀어주고, 경영개선 조치를 받은 금고도 충분한 적립금이 있으면 2%까지 배당할 수 있도록 했다.
서형교/신연수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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