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인 재산권 침해 과도…분쟁 잇따라
임차인 간 형평성 문제다.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 간 임대료 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존 세입자는 5%만 인상된 임대료를 내지만, 신규 세입자는 시세 기준으로 훨씬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세종시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임대차 2법 개편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대부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쓴 임차인의 일방적 계약해지권을 제한하고, 현행 5%인 전월세상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보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부 임대인은 사적 재산에 대한 과도한 국가 개입이라며 반발했고, 실제로 헌법소원 제기도 있었다.
전월세 신고제가 6월부터 정식 시행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부담이다. 정부는 4년간 지속해온 전월세 신고제 과태료 유예 기간을 종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월세 신고제는 보증금이 6000만원을 넘거나 월세가 3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폐지 땐 시장 혼란…임대료 뛸 수도
임대료가 급등할 우려도 있다. 현재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폐지할 경우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세입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도 예상되는 문제점이다. 제도 폐지는 임대차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 현재 임대차 2법을 통해 혜택을 받을 계획을 세워놓은 세입자가 아주 곤란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임대차 2법은 코로나19 시기 경제적으로 어려운 세입자에게 큰 힘이 됐다. 약자 보호 차원에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여전한 배경이다. 또 이미 전세의 월세화는 상당히 진행됐다. 전세 매물이 많이 줄어든 가운데 임대차 2법까지 사라진다면 전셋값은 걷잡을 수 없이 오를 수 있다는.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해도 되겠다고 판단할 만큼 임대차 2법도 이미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시행한 지 5년이 다 돼가는 법을 단숨에 폐지하면 그 혼란은 클 수밖에 없다.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다. 세입자 보호라는 순기능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법 제정을 추진한 민주당이 현재 절대 의석을 가졌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임대차 2법은 부작용을 보완해가면서 장기적으로 폐지 방안을 모색하는 게 최선이다.전문가들은 세입자와 집주인이 협상해 계약갱신청구권 대신 2년 또는 3년, 4년 계약 중 하나를 정한 후 계약을 파기하는 쪽이 위약금을 지급하는 방식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세 계약 기간을 ‘2+1+1년’으로 쪼개는 등 거주 기간 선택권을 다양화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거론된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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