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40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대폭 개편된다. 올해 말 출시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에선 경증 질병·상해 보장이 크게 줄어드는 대신 보험료가 확 낮아진다. 실손보험 가입자들 사이에선 5세대 상품으로 갈아타야 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연간 진료비가 100만원보다 적은 소비자는 과거 가입한 상품보다 5세대 실손보험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5세대 실손보험은 비중증·비급여 진료에 대해 자기부담률을 더 높이기로 했다. 먼저 급여 의료비는 입원과 외래(통원)로 구분해 자기부담률을 차등화한다. 입원 자기부담률은 현행 4세대와 마찬가지로 20%를 적용하고, 외래의 경우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동일한 자기부담률을 적용한다.
5세대 실손보험은 암, 뇌혈관·심장질환 등 중증 비급여에 대해선 4세대와 동일한 보상 한도(연 5000만원), 자기부담률(30%)을 유지한다. 반면 비중증 비급여 부문은 연간 보상 한도를 1000만원으로 축소하고 자기부담률을 50%로 높인다. 도수치료를 포함한 근골격계 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은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의료 이용량이 평균 수준인 사람이라면 자기부담금과 보험료를 모두 감안했을 때 5세대 상품이 유리할 수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의료비는 인당 약 104만3000원으로 추정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인당 평균 의료비 96만원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계산한 수치다. 여기에 실손보험의 급여(43%), 비급여(57%) 발생 비율을 적용하면 인당 평균 급여·비급여 의료 이용량은 각각 44만8490원, 59만4510원으로 추정된다.
자기부담금이 없는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별도 진료비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5세대 가입자는 입원 치료 시 26만8051원, 통원 시 47만6651원의 자기부담금을 내야 한다. 얼핏 5세대 가입자가 불리해 보이지만, 연간 보험료까지 감안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1세대 가입자의 자기부담금과 보험료를 합한 연간 부담금은 총 65만1600원이다. 5세대 가입자는 입원 시 39만451원, 통원 시 59만9051원이다. 입원과 통원 모두 5세대 가입자의 부담액이 더 적다.
서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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