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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유럽 정상 중 가장 먼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 나선 가운데 멜로니 총리가 유럽연합(EU)과 미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7일(현지시간) 멜로니 총리는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문제를 논의했다. 이탈리아 정상으로서 백악관을 찾았지만 사실상 유럽을 대표해 협상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도 “멜로니 총리가 방미 전 관련 기관과 긴밀한 조율을 거쳤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멜로니 총리의 방미 목적 중 하나가 트럼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간 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멜로니 총리에게 유독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식에 EU 정상 중 유일하게 초청받은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와 100% 무역 합의가 있을 것”이라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럽이든 누구든 협정을 맺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에 대해 ‘훌륭한 재능을 지닌 인물’ ‘세계에서 진정한 지도자 중 한 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탈리아 공식 방문 요청도 수락했다. 유럽 지도자와 EU 집행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길이 열리는 셈이다. 회담이 훈훈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은 멜로니 총리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멜로니 총리는 “나의 목표는 서방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슬로건을 의식한 표현이다.
스테파노 스테파니니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이탈리아 대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멜로니 총리는 결정권자와 직접 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EU 협상가보다 유리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국익’이라는 틀에서 접근하는 것을 선호하며, ‘대서양 연대’를 강조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유럽의 통역사”라고 표현했다.
일각에선 멜로니 총리의 미국 방문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자국을 우선하는 협상을 하면 유럽 결속이 약화할 것이라다는 우려에서다.
멜로니 총리는 결정적 순간에 EU 국가와 뜻을 같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투표했을 때 이탈리아도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멜로니 총리를 향해 호평을 쏟아냈지만 이탈리아는 무역과 국방 부문에서 이상적으로 여기는 상대국이 아니다”며 “이탈리아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45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1.5%”라고 짚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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