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한국민속촌 인근의 왕복 6차선 도로 공사 현장은 곳곳에 안전 펜스가 설치된 채 방치돼 있었다. 용인시는 길이 1.45㎞ 도로(길이 260m 터널 포함) 건설 사업을 올 들어 중단했다. 관련 예산 부족 때문이다. 삼성전자에서 들어오던 법인지방소득세가 지난해 끊긴 여파로 이 도로를 포함해 용인시가 추진하던 3개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용인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세금으로 수백억원을 납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마다 예산안을 짜왔다”며 “2024년 실적에 따른 법인지방소득세가 들어오면 하반기엔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삼성 반도체 벨트의 4개 도시는 그동안 삼성전자 덕분에 지역 곳곳에 시민 편의시설을 어렵지 않게 확충할 수 있었다. 법인지방소득세는 사업장 면적과 종업원 수에 따라 책정되기 때문에 기업이 성장하면 그만큼 지역 세수도 늘어난다.
삼성과 50년 이상 인연을 맺어온 수원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도시도 함께 부흥했다. 삼성전자는 1969년 수원에 첫 반도체 공장을 건립했고, 2000년대 이후 각종 연구개발(R&D) 시설을 조성했다. 수원이 지난 20년간 지은 고가차도 9개 중 8개, 지하차도 37개 중 29개를 삼성이 낸 세금을 재원으로 건설했다는 게 수원시의 설명이다.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화성시는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했고, 올해 역시 5000억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등 매년 전국 최대 규모로 지역화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용인시는 수년간 도서관 사업을 확대해왔다. 그 결과 관내 수지도서관은 지난해 도서대출 수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4개 도시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넉넉한 재정 잔액 덕분에 여러 사업을 자신감 있게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성시는 여울공원 전시온실, 시립미술관, 해안길 조성, 시립유스호스텔 등 각종 시민 편의시설 건립 계획을 하반기로 미뤄놨지만, 언제 착수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원시 역시 세수 부족으로 지방정부의 ‘비상금’으로 불리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재정을 메웠다. 4개 도시의 예산 부서 담당자들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의 일시적 실적 부진 파장을 실감하고 있다”며 “올해는 역점 사업의 예산을 대폭 칼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영리/조철오/권용훈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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