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경남 김해 가야CC(파72) 17번홀(파3). 방신실(21)의 티샷이 핀 4.5m 거리에 붙었다. 신중하게 라인을 살핀 뒤 스트로크한 공이 그대로 홀 속으로 사라지자 방신실은 안도한 듯 옅은 미소를 띠었다. 역대급 우승 경쟁이 펼쳐진 이날 방신실이 우승을 향해 한발 앞서간 순간이다.
이어진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세컨드샷을 핀 3m 거리에 정확히 붙여 연속 버디를 잡은 방신실은 한때 9명의 선수가 공동 1위에 오를 만큼 우승 경쟁이 치열했던 ‘가야 대전’에서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년6개월 만에 기록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방신실에게 지난 시즌은 아쉬움으로 요약된다. 톱10에 아홉 차례 이름을 올릴 정도로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상금랭킹 톱10(10위)에도 들었으나 준우승만 세 번 했을 뿐 가장 중요한 우승이 없었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도 “우승 기회를 잡지 못한 경우가 많아 100점 만점에 70점인 시즌”이라고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우승이 간절하던 방신실은 지난겨울 더 독하게 전지훈련에 임했다. 약 두 달간 뉴질랜드에서 훈련한 그는 특히 약점으로 꼽히던 퍼트를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피나는 노력은 고스란히 결과로 드러났다. 지난해 65위(30.35개)를 기록한 평균 퍼팅 순위를 올 시즌 초반 19위(29개)로 끌어올릴 만큼 퍼팅이 좋아졌고, 그 결과 지난주 iM금융오픈 준우승을 포함해 최근 2개 대회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2타 차 공동 5위로 출발한 방신실을 우승으로 이끈 것도 퍼팅이다. 후반 14번홀(파4)에서 8m 남짓 거리의 버디퍼트를 떨어뜨리는 등 어떤 거리에서도 정확한 퍼팅감을 뽐냈다. 세컨드샷이 부정확한 때에도 완벽에 가까운 거리감을 통해 파를 지켜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마지막 2개 홀에서도 정확한 퍼팅으로 우승에 쐐기를 박은 방신실은 “후반까지 퍼팅감이 좋았던 게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지난주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이 컸는데, 1주일 만에 우승해서 털어냈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삼천리 소속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마다솜, 유현조, 고지우 등 삼천리 소속 선수 3명이나 우승 경쟁을 펼치면서다. 방신실의 막판 저력에 시즌 두 번째 우승에는 실패했으나 마다솜이 단독 2위, 유현조가 공동 3위(11언더파), 고지우가 공동 6위(10언더파)에 오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주 데뷔 4년 차에 생애 첫 승을 올린 김민주는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했으나 이날 3타밖에 줄이지 못해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해 3승으로 공동 다승왕과 함께 상금·대상 포인트에서 2위를 기록한 박현경은 공동 9위(9언더파)로 올 시즌 첫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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