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3개월째인 19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잘하고 있다’는 여론은 43%에 그쳤다.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에 이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는 관세, 이민 정책 등의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일 전국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참여한 반트럼프 시위에 이어 2주 만에 다시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이다.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시위에 참여한 메인주 출신 토머스 배스퍼드는 CBS에 “지금 미국의 자유가 매우 위험한 시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에선 1000명 이상이 ‘왕은 없다’(No Kings)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뉴욕시 맨해튼 뉴욕 공공도서관 계단 앞에선 이민자 추방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이날 전국 시위는 소셜미디어 레딧에서 시작된 풀뿌리 저항 캠페인 ‘50501’ 운동이 주도했다. 50501은 ‘미국 50개 주에서 50개 시위를 같은 날’에 열자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작위 불법 이민자 단속이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것도 시위대가 비판하는 지점이다. 미국 시민권자인 후안 카를로스 로페스고메스는 최근 플로리다주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기소된 뒤 이민관세단속국 조치로 구금됐다가 48시간이 지난 뒤에야 풀려났다. 그는 과속 단속에 걸렸는데 영어에 서툰 그를 보고 경찰이 불법 체류자라고 판단했다.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도 이날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적성국 국민법’에 따라 베네수엘라 국적자 약 300명을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으로 규정해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이 법에 따라 구금된 베네수엘라인의 추방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도 15일 시카고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100일도 안 되는 기간에 엄청난 피해와 파괴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현재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 중 조지 W 부시를 제외하고 민주당 소속 대통령 세 명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가에선 전직 대통령이 후임자를 공개 비판하는 일이 드문데, 세 명이 동시에 비판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