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적립금이 불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12개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올해 1분기 말 228조998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조2302억원 증가했다. 국내 14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총액은 같은 기간 3조6931억원 급증하며 107조6188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보험업권은 은행에 이어 ‘퇴직연금 2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작년 증권업권이 처음으로 보험업권을 역전한 후 올 들어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난해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된 후 보험업권의 가입자 이탈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올해 기금형 퇴직연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부담 요인이다. 시장에선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시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 운용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42개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적립금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생명(49조8184억원)이었다. 하지만 삼성생명도 작년 말 적립금 50조3266억원을 달성한 지 한 분기 만에 50조원 선 아래로 뒷걸음질했다.
보험사들도 퇴직연금 사업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2023년 시행된 새 회계기준(IFRS17)에선 연금 상품보다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게 실적 개선에 유리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생보사의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13.1% 증가했지만, 퇴직연금 보험료는 26.2% 급감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회사는 중위험·중수익 등 다양한 연금 상품을 개발하고 정부에서도 세제 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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