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내놓은 현대제철의 해법은 이랬다. 전기로 방식으로 짓되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한 철 원료를 전기로에 투입하는 직접환원철(DRI)을 사용하기로 한 것. 여기에 DRI 기술에 강점이 있는 포스코와 함께 연구개발(R&D)에 나서면 해답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포스코를 파트너로 확보해 8조원이 넘게 드는 투자 부담을 상당폭 덜게 됐다. 포스코는 미국과 멕시코에 세운 차량용 강판 가공공장에 활용할 열연·냉연제품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포스코는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현대차 등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주요 고객인 GM 공장이 있다. 현대차그룹 조지아·앨라배마 공장과도 멀지 않다. 포스코가 북미 시장에 쇳물을 생산하는 시설을 보유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각 회사의 장점을 활용한 친환경 제철소 건설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다투는 기술력을 갖췄고, 현대제철은 1994년부터 세계 최대 단일 전기로 제철소를 운영해온 전기로 분야 강자다.
연구개발(R&D) 시너지도 두 그룹이 기대하는 점이다. 루이지애나 공장은 철광석을 녹여 만드는 고로 방식이 아니라 DRI를 활용한 전기로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2021년부터 DRI를 활용한 친환경 수소환원제철 분야를 연구해온 포스코의 전문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제품 양산 기술을 보유한 포스코가 루이지애나 프로젝트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지분 투자보다 R&D 시너지가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 회사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검증하면 향후 수십조원이 드는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에도 함께 뛰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는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시동을 건 상태다. 2027년께 경기 안성 등지에 세울 배터리 R&D단지에 연 1~2기가와트시(GWh) 규모 제조설비를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이런 현대차그룹에 배터리 관련 원자재와 소재를 안정적으로 댈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기업이다. 포스코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광산을 아르헨티나와 호주에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고, 양극재 분야에선 에코프로에 이어 국내 2위다. 업계에선 현대차의 ‘맞춤형 배터리’ 설계에 포스코퓨처엠이 협력할 것으로 내다본다.
김우섭/김진원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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