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에게 참석 권한이 있다.
연합뉴스는 유 추기경은 이번 콘클라베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피선거권을 보유하고 있어 차기 교황 후보군으로도 기대를 받는다고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차기 교황 선출은 선종이나 퇴위 등으로 교황 직위(사도좌)가 공석이 된 날의 전날 기준으로 80세 미만의 추기경에게 교황 선거권이 있다.
콘클라베는 기본적으로 후보자를 정하는 별도의 절차를 두지 않고, 추기경들은 교황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인물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는 비밀 투표를 해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수락하면 교황이 된다.
규정된 횟수만큼 투표를 반복해도 3분의 2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후보자를 2명으로 압축하는 예외 상황이 아니라면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일단 피선거권을 가진다.
1951년생으로 현재 만 73세인 유 추기경은 다가오는 콘클라베에서 선거권 행사는 물론, 피선거권도 누린다.
한국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것은 요한 바오로 2세를 교황으로 선출한 1978년 10월 투표 이후 약 47년 만이다.
당시 콘클라베에는 '한국 1호'인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참가했고, 베네딕토 16세를 교황으로 선출한 2005년 콘클라베 때 김수환 추기경은 80세를 넘겨 불참했다.
베네딕토 16세가 임명한 정진석 추기경 역시 80세를 넘긴 탓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뽑은 2013년 콘클라베에 참가하지 못했다.
콘클라베는 추기경들의 신망을 얻는 인물이 교황이 되는 구조로 설계돼 있는데, 유 추기경은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돼 프란치스코 교황 곁에서 활동하며 얼굴을 알리고 인맥을 쌓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유 추기경은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로마 현지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덕분에 교황청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탈리아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교황 선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더 칼리지 오브 카디널스 리포트(The College of Cardinals Report)'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41명에 유 추기경을 포함했다. 다만 유력 후보로 꼽은 22명 중 12명에는 들지 못했다.
해당 웹사이트는 가톨릭 저널리스트와 연구자들이 운영하는데, 이 사이트에 따르면 전체 추기경은 252명이고 투표권을 가진 이들은 135명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해 12월 5일 공개한 '다음 교황이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로마발 기사에서 유흥식 추기경을 동양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는 예상 밖의 주자로 지목했다.
이 매체는 유 추기경이 신학적으로 주류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사회적 불의와 정치적 권위주의를 고발하는 데 적극적이어서 조건 없이 가톨릭 신앙을 옹호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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