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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또 다시 제롬 파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장을 비난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인정해온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향후 연방 공무원 관련 소송의 대법원 판결에 어느 정도 좌우되겠지만 그럼에도 실제로 해임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는 이 날 트루스소셜에서 제롬 파월 의장을 “큰 패배자(“major loser”)로 부르며 금리를 즉시 낮추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사실상 인플레이션이 없다”면서 에너지와 대부분의 것들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목요일에도 파월 의장을 비난하며 해임을 시사했다.
임기 8년의 연준 의장은 현행 연방법상 대통령이라도 마음대로 해고하기 어렵다. 연방법상 연준과 연준의장은 독립성이 보장돼있고 이는 공화 민주 양당이 모두 합의하고 있다. 파월도 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플레이북은 기존 연방법을 무시하며 연방 공무원들도 해고한 만큼 법적인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파월은 최근 연방 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변경할 수 있는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는 것을 언급했다. 이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 직원을 해고한 사건과 관련이 있다.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불분명하지만, 최근 항소심은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해고를 인정했다. 파월은 "그 소송이 연준에 적용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학자들은 트럼프가 파월 의장을 해임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도 파월을 해임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파월 의장 해임시 금융 시장에 더 큰 공황을 야기할 것이라는 보좌관들의 의견을 들었다며 현재로서는 파월을 해임할 의향이 없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해임을 언급하는 것은 여러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첫째, 연준의 금리 정책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의도이다. 이와 함께 경기 침체가 올 경우 자신의 관세 정책이 아니라 “연준이 금리를 안내려서”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목적도 있다.
최근 소비자 물가는 진정됐지만, 새로운 관세가 물가를 다시 상승시킬 수 있다. 세리티 파트너스의 아미타 슐츠는 "경기 침체가 올 경우 연준의 책임이라는 여론이 만들어지면 연준도 의사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과 연준은 금리 전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는 파생 시장의 투자자들은 올해 연준이 100bp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프란체스코 비앙키는 트럼프의 거듭된 언급으로 “사람들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말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해고 위협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월의 임기는 1년후면 끝난다. 1년을 남기고 굳이 금융 시장을 혼란을 빠뜨리고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개념을 훼손한 첫 대통령이 되는 실리가 없다는 것을 트럼프는 몰라도 주위 보좌관들은 안다는 지적이다.
파월 의장을 해임하면 금융 시장의 불안으로 향후 금리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경제에 타격을 주고 트럼프가 추진하는 감세 계획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비앙키는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에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는 걸 알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파월을 비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 파월 의장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한 직후다. 평소 신중한 어조로 유명한 파월 의장은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관세 부과가 미국 경제 성장을 제약하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발언했다.
파월이 자신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고 금리 인하를 거부하면서 트럼프의 분노가 촉발됐다.
2018년, 1기때도 트럼프는 감세안 통과후에도 연준이 꾸준히 금리를 올리자 분노했다. 이후 트윗을 통해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계속 줬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에 따라 향후 금리 수준에 대한 기대치를 전반적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비앙키는 "당시 시장은 연준에 가해진 압력 때문에 연준이 최소 금리를 인상하지 않거나 앞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준 관계자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연준은 결국 2018년 말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이듬해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비앙키는 "시장 기대치를 움직일 수 있다면 이미 실제 정책 변화의 절반은 이뤄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연준은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는데 부분적으로는 트럼프의 압력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비앙키는 시장의 힘도 연준의 행동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아도 대통령의 압력이 시장 압력으로 발전되면 결국 중앙은행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트럼프가 파월을 해고하는 연준의 독립성 침해가 실제 이뤄질 경우 엄청난 시장 폭락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퍼스톤의 선임 리서치 전략가인 마이클 브라운은 “파월 의장이 해임될 경우,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미국 자산 매각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이 명백히 위협받으면서 달러화 약세와 미국 패권에서의 이탈 가능성도 현살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버코어 ISI의 부사장 크리슈나 구하는 이 날 CNBC에서 “연준 의장 해임 시도에 금리는 오르고 달러는 하락하며 주식은 매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그걸 달성하려고 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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