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비가 마치 없는 자들이 흘리는 눈물 같습니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앞. 장대비가 이어진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듣고 딸 최윤주 씨(47)와 이곳을 찾은 최영조 씨(78)는 “빈민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존경스러운 분이셨는데, 전날 선종 소식에 직장 일도 미루고 조문부터 하러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모객들은 저마다 생전 교황의 모습을 떠올리며 애도를 표했다. 황인재 씨(25)는 “최근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을 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살아온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아 이곳에 왔다”고 했다. 그는 “며칠 전 부활절 미사에서 축도까지 해주셨는데, 갑자기 선종 소식을 들어 슬픔보다도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조문을 위해 명동성당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도 보였다. 벨기에에서 온 에릭(67)과 힐드(62)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두고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인 그는 역대 교황 중 가장 열린 마음을 지닌 분”이라고 회상했다. 또한 교황이 역사상 첫 번째 예수회 출신 교황임을 언급하며 “그는 자발적으로 가난하고 소박한 삶을 선택했다. 굉장히 존경스럽다”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교황은 겸손한 사람이었다”며 “가장 취약하고 연약한 사람들 편에 서 있었다”고 추모했다. 프랑스는 이날 하루 에펠탑 조명을 소등하며 교황의 선종을 애도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교황 선종은 바티칸 시민과 가톨릭교도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큰 손실”이라고 했다. 가톨릭 신자가 국민의 절반 이상인 스페인에선 사흘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7일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한때 교황에게 “악의 축”이라는 막말을 퍼부었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사소해 보이는 차이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선함과 지혜를 알게 된 것은 내게 진정한 영광이었다”며 애도의 메시지를 냈다. 극단적 자유주의자인 밀레이 대통령은 빈민층 지원과 평등을 강조하는 교황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가 최근에서야 사과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을 26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연다고 이날 발표했다.
김유진/허세민 기자 magiclamp@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