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가 인플레이션’으로 불리며 가공식품 물가 상승의 주요 이유가 됐던 설탕값이 떨어지고 있다. 주요 생산지의 날씨 변화와 국제 무역 위축 등의 영향 등이 얽히며 전고점 대비 34% 넘게 떨어졌다.

설탕 가격은 수요 변화가 크지 않아 공급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각각 전세계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과 인도의 날씨가 좌지우지한다. 국제 원유도 중요한 요인이다. 국제 원유 가격이 높아지면 사탕수수 생산자들이 바이오 에탄올 생산량을 늘린다. 2022년~2023년엔 원유 가격 상승과 브라질의 건조한 날씨, 인도 정부의 설탕 수출 금지 정책 등이 겹치며 설탕 가격을 밀어 올렸다.
최근의 가격 진정세도 이 셈법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브라질 설탕협회에 따르면 중남부 지역의 4월 생산량이 전년 보다 15~20% 가량 높다. 예년보다 빠른 수확에 나섰고 작황도 좋았다. 브라질 가격예측 기관인 데이터그로(Datagro)는 2025~2026 브라질 중남부 설탕 생산량을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4240만t으로 예측했다. 2025~2026 수확기에 전세계 공급이 충분하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중장기 가격 압력도 낮아졌다. 브라질은 4월부터 수확하지만, 인도는 2~3월에 파종한 뒤 연말부터 4월까지 수확하는 구조라 공급시기가 정반대다. 상반기엔 브라질, 하반기엔 인도가 중요하다. 인도 기상청은 올해 인도의 계절성 우기인 몬순 시기에 평년보다 5% 많은 강수량을 예보했다. 사탕수수는 강수량의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관세 전쟁이 촉발한 무역 위축으로 원유값이 하락하면서 에탄올 전환 비율도 평년보다 2~3%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설탕 수출 정책이 바뀔 가능성과 원유 가격 등에 따라 설탕 가격도 변동성을 겪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설탕 가격 하락으로 가공식품 인상 릴레이에도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설탕은 원재료 매입 계약과 실제 판매 사이에 3~6개월씩 시간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 떨어진 가격은 하반기에나 원가에 반영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값이 떨어져도 전기세, 인건비 등은 계속 오르는 구조라 가격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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