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145% (추가) 관세는 매우 높다”며 “협상 후에는 관세율이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고 버티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관세 전쟁 출구 찾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이 중국과의 관세 협상에 관해 묻자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그들은 협상해야 한다”며 “협상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숫자(관세율)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협상해도) 관세율이 제로(0%)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결국 협상으로 나아갈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 대선 승리 후 줄곧 대중 관세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협상 의지를 보였다. 지난 2일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90일 유예’ 조치를 내놓으면서 중국에는 추가 관세율을 145%로 끌어올리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125%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섰다. 사실상 무역이 이뤄지기 어려운 수준이다.
문제는 협상 방식이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중국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협상 의지를 보였다. 중국은 2월 트럼프 정부가 ‘펜타닐 관세’를 두 차례에 걸쳐 20% 부과할 때만 해도 협상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 것은 멕시코 캐나다 영국 일본 러시아 등과 한 ‘정상 간 직접 소통’이었다. 그는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에게 전화할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시 주석은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다. 관세 전쟁이 심화할수록 시 주석 운신의 폭은 좁아진다. 워싱턴 외교가 관계자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했음에도 미·중 관세 전쟁 촉발을 피하지 못한 시 주석으로서는 ‘제2의 마러라고 방문’을 재연하는 데 따르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날 JP모간 투자자들과의 비공개 행사에서 중국과의 협상이 “힘들고 오래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싸운다면 끝까지 맞서 싸우되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미국이 진정으로 대화,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위협과 협박을 중단하고 중국과 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에 휴대폰·노트북 같은 전자기기와 장난감 등을 주로 수출하고, 미국은 중국에 콩과 비행기, 반도체 등을 팔았다. 중국이 멕시코 등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한 상품 등을 포함하면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무역 단절 수준의 초고율 관세가 지속되는 상황은 양국 모두 피해가 불가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 수준의 관세가 유지되면 미국에서는 성장률이 하락하고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과 관련해선 수출 감소로 성장률이 둔화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봤다.
단기적으로는 국민과 기업의 불만을 억누르고 고통을 감내하라고 할 수 있는 시 주석이 유리할 수 있다. 미국민이 물가 상승에 반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그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만큼 내수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중국이 수출 활로를 찾지 못하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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