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라이벌인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희비가 엇갈렸다. 나이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후폭풍이 겹치며 두자릿수 하락한 반면 아디다스는 레트로(복고) 열풍을 타고 올 1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호실적을 거뒀다.
2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이날 1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3억3600만유로·약 5453억원) 대비 81.5% 증가한 6억1000만유로(약 9901억원)를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5억4600만유로(약 8862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61억유로(약 9조9000억원·고정환율 기준)로 1분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아디다스의 실적 호조에는 삼바·가젤·슈퍼스타 등 레트로 스타일 신발 제품들의 판매 증가 등이 기여했다는 평이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이 아디다스 실적을 끌어올린 셈이다.

특히 미국 톱모델 켄달 제너 등 해외 유명 셀럽(유명인)은 물론 제니, 수지, 정호연 등 국내 인기 연예인들이 아디다스 제품을 자주 착용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소비자들 구매를 견인했다. 실제로 아디다스 ‘도쿄’와 ‘태권도’는 제니가 신은 모습이 공개된 후 ‘제니 신발’로 불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나이키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는 과정에서 스포츠 마니아들 사이에 '더 이상 핫한 브랜드가 아니다'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는 동안 아디다스가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갔다"며 "이제는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브랜드 선호도가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일 증시에서 아디다스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5% 넘게 상승했다. 이달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여파에 따른 하락분까지 대부분 만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무역 상대국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 상태다. 아디다스의 주요 생산 거점인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율은 46%에 달한다.

이날 아디다스의 실적 발표는 글로벌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스포츠 브랜드 간 희비를 보여준다고 FT는 평가했다. 실제로 경쟁업체 나이키 주가는 상호관세 발표 직전 대비 11% 넘게 떨어진 상태다. 지난달 독일 스포츠 브랜드 푸마 역시 무역분쟁에 따른 올해 매출 성장세 타격을 예상한 바 있다.
다만 아디다스도 이번 잠정 실적 발표에서 올해 실적 목표치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다. 아디다스는 오는 29일 전체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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