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는 올 1분기 매출이 28조17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9%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은 비싼 차를 많이 판 데서 비롯됐다. 기아의 글로벌 평균판매단가(ASP)는 3800만원으로 1년 전(3610만원)보다 5.2% 상승했다. 국내 ASP(3450만원)보다도 높다. 해외에서 더 비싸게 팔렸다는 얘기다.
맨 앞에는 친환경차가 섰다. 기아의 1분기 하이브리드카 판매 대수는 10만4000대로 전년 대비 10.6% 늘었고, 전기차는 5만6000대로 27% 급증했다. EV9, EV3가 자동차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월드카 어워즈’에서 2년 연속 ‘세계 올해의 자동차’(WCOTY)로 선정되는 등 상품성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두 번째는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 등 RV다. 기아의 1분기 RV 판매 비중은 71%로, 3년 전(61.3%)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RV는 세단에 비해 비싸고 마진도 좋다.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 소비자가 차를 미리 구입하려는 수요도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전체 매출의 42.5%를 차지하는 북미 시장 수요가 늘어난 게 사상 최대 분기 매출에 일조했다는 의미다.
1분기 영업이익은 3조86억원으로 1년 전(3조4257억원)보다 12.2% 감소했다.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관세 인상 전에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 인센티브를 늘린 탓이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전무)은 “인센티브는 작년 1분기 (대당) 1100달러 수준에서 올해 2000달러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10.7%로 10분기 연속 두 자릿수를 이어갔다. 10%를 넘는 이익률을 낸 메이커는 도요타(작년 기준 10.3%) 정도다. 현대자동차도 1분기엔 8.2%에 그쳤다.
기아는 ‘관세 폭탄’에도 올해 영업이익률 목표를 11%(매출 112조5000억원·영업이익 12조4000억원)로 잡았다. “실적 피크 아니냐”라는 일각의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기아는 일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서 생산한 차를 캐나다와 멕시코 등지에 수출하지 않고 미국에서만 팔기로 했다. 김 본부장은 “기아는 과거에도 어려운 시기에 레벨업해온 경험이 있다”며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기아는 EV4 등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하이브리드카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첫 픽업트럭 타스만과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 등 신차 효과로 위기 돌파에 나서기로 했다.
신정은/김보형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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