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난 한 달 동안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거래는 뚝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압구정 등 재건축 단지엔 여전히 매수세가 몰려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은 희소성과 미래 가치 기대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큰손의 선택을 받고 있다. 토지거래허가 규제로 당분간 재건축 단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 상승세도 둔화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 이전 4주와 이후 4주 동안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비교해본 결과 강남(2.42%→0.70%), 서초(2.10%→0.61%), 송파(2.19%→0.71%), 용산(0.84%→0.60%) 모두 상승세가 절반가량 줄었다.
인기 단지가 달라진 점도 눈에 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간 강남구에서 거래가 많이 이뤄진 곳은 ‘도곡렉슬’(47건), ‘대치2단지’(28건), ‘개포래미안포레스트’(27건) 등이다. 서초는 ‘반포자이’(33건), ‘래미안퍼스티지’(23건), ‘삼풍’(20건) 등이, 송파는 ‘헬리오시티’(116건), ‘파크리오’(91건), ‘리센츠(72건) 등이 인기였다. 대부분 재건축과 무관한 대단지다.

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거래된 73건 가운데 45건이 재건축 추진 단지였다. 강남구 ‘은마’(4건), ‘대치우성1차’(4건), ‘신현대’(4건), ‘한양1차’(3건), 송파구 ‘우성 1~3차’(5건), ‘잠실주공5단지’(3건), ‘장미2차’(2건) 등이다. 이 중 36건은 신고가였다. 지난 12일 압구정 한양1차 전용면적 78㎡는 60억원(9층)에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였던 지난달 29일(47억5000만원·9층)보다 12억5000만원 올랐다. 3일엔 압구정 한양4차 208㎡가 85억원(4층)에 손바뀜해 지난달 27일 최고가(82억원·9층) 기록을 1주일 만에 다시 썼다. 압구정동 A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활발하진 않은데 매수세는 꾸준한 편”이라며 “지방에서도 압구정 재건축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와 개포우성2차, 쌍용대치2차,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신천동 장미2차 등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도 신고가에 손바뀜이 이뤄지고 있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네 곳의 재건축 단지는 원래부터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받던 곳이다. 강남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며 대안이 사라지자 핵심지 재건축 단지가 다시 뜨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정동 B공인 관계자는 “시장이 불안할 때 재건축만큼 확실한 투자처도 없다”며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시범’ ‘대교’ ‘삼부’ 등 재건축 단지가 많은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도 20건의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수도권에선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추진 중인 경기 성남 분당구 등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 2월 서울시가 재건축 단지를 계속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둔 이유는 재건축 투자 과열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강남권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다시 재건축 단지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