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를 찍었죠. 하지만 관세정책은 좋아할 수 없어요.”
지난 25일 미국 미시간주 매콤 카운티의 대형마트 ‘크로거’ 앞에서 만난 브라이언 키패트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평가를 두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알루미늄을 주 원료로 하는 기계 생산업체에서 일하는 그는 “대선 때만 해도 이렇게 극단적인 정책은 예상하지 않았다”며 “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 때문에 당장 회사에 타격이 있어서 그 정책을 찬성하기 힘들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째인 29일 매콤 카운티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집회를 열 예정이다. 관세정책의 수혜지로 꼽히는 지역에서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작년 대선 승리의 순간을 재현하려는 의도다.

100일 집회를 앞두고 찾은 매콤 카운티 일대 민심은 복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관세정책엔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대에서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만난 12명 중 8명이 작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었다고 답했다. 그중에서 네 명은 관세정책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물가 상승 등 고통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관세가 ‘공정한 무역’을 되찾아 미국 제조업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봤다. 반면 나머지 셋은 “혼란스럽다”거나 “물가가 오른다”는 이유로 현재 정책에 동조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명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며 평가를 보류했다.
GM에 근무한다는 한 남성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지금 정책은 좀 극단적이고 혼란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큰 그림이 있어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런지 잘 모르겠다”며 “정확히 관세율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어제와 오늘, 내일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체결국에 관세를 적용했다가 유예한 데 이어 상호관세를 도입했다가 90일 유예(중국 제외)하는 등 ‘갈 지(之)자 관세정책’을 쓰고 있다.
반면 지지자들은 한동안의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엔지니어인 댄 퍼레이노는 “이 지역은 원래 제조업 관련 시설이 훨씬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비어 있거나 마리화나 재배지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이 조치로 물가가 오르고,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흐름을 바꿀 방법이 있어야 한다”며 “현상 유지보다는 나은 선택”이라고 했다. 부동산 투자업체에 다니는 킴 알렉산드라(60)는 “어떤 변화도 조정 기간을 필요로 한다”며 “고통스러워도 필요한 일”이라고 옹호했다.

특히 관세정책 비판론이 트럼프 정부 전반의 지지도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응답(50%)이 개선했다는 응답(21%)을 크게 앞섰다. 응답자의 56%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도를 넘었다”고 했다. 미국이 동맹과의 무역에서 대부분 혜택을 본다는 답변도 68%였다.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해선 안 된다는 답변은 61%였다.
민주당 지지자와 부동층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적 시각이 한층 강해진 분위기다. 2016년과 2020년에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지만 선거 불복과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에 실망해 작년에 그를 찍지 않았다는 중년 남성 톰은 “관세는 세금”이라며 “사람들은 그게 세금이라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하드웨어 매장 관리자인 데이비드(61)는 “이미 못과 같이 기초적인 물건 값이 관세 탓에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년간 관세에 헛소리를 해왔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며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지 못하고 끌려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콤(미시간)=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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